동탄서 여성강력범죄팀이 수사 착수, 종결은 여청1팀
네티즌 비난 대상이 된 건 수사 무관한 여청4팀과 가족
인터넷 게시물 때문에 엉뚱한 팀이 사이버공격 당해
화성동탄경찰서 뉴스1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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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로 피해 입은 20대 남성을 비롯해 국민들께 가장 먼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하지만 무관한 우리 팀원들 신상이 털리고, 가족들을 향한 각종 욕설 및 조롱 댓글 등이 심해 누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너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팀원들을 상대로 한 사이버 테러는 멈춰 주시길 부탁 드린다.”
경기 화성 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 4팀장 강동호 경감이 지난 1일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경찰서는 최근 50대 여성의 허위 신고로 무고한 20대 남성을 성범죄자로 단정해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 사건 수사와는 무관한 수사팀장이 네티즌의 ‘마녀사냥’ 중단을 요청하는 공개 입장문을 이례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화성동탄서장은 “무고하게 상처 받은 팀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사과했다. 대체 동탄서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강압수사 논란 부른 성범죄 무고 사건
일명 ‘동탄 헬스장 화장실 사건’은 지난달 23일 50대 여성 A씨의 신고로 시작됐다. A씨는 당일 오후 5시 10분쯤 화성시 한 아파트의 헬스장 옆 여자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용변을 보는 자신의 모습을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했다고 신고했다. A씨는 20대 남성 B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다음날 경찰은 방범카메라 분석 등으로 B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
B씨는 “여자화장실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자신을 범인으로 단정하는 듯한 태도로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유튜브에 올렸다.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이 “방범 카메라 보니까 본인으로 확인됐어” “떳떳하면 가만히 계시면 돼요” 등의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동탄서를 향해 “경찰이 무죄 추정 원칙을 어겼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이 사건은 지난달 27일 B씨를 신고한 A씨가 허위신고를 자백하면서 반전을 맞았다. 경찰은 다음날 B씨에 대한 입건을 취소하고 A씨를 무고 혐의로 입건했다.
◇초기 수사팀은 비공개, 엉뚱한 곳으로 향한 네티즌의 마녀사냥
3일 조선닷컴 취재에 따르면 당초 강압 수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초기 수사팀과 사건을 종결한 수사팀, 가족까지 마녀사냥을 당한 팀은 모두 달랐다. 이 사건을 처음 맡았던 건 여청강력범죄팀이었다. 동탄서 여청과는 여청1·2·3·4팀과 여청강력범죄팀으로 각각 나뉘어 있다. 여청팀 4곳은 고소 등으로 피의자가 특정된 사건을, 여청강력범죄팀은 피의자가 특정 안 된 사건을 주로 담당한다. 당초 이 사건은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아 여청강력범죄팀이 담당했다.
동탄서는 강압 수사 논란이 일자 지난달 26일 ‘객관성을 갖고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취지로 수사팀을 여청1팀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수사 주체가 바뀌었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여청1팀은 다음날인 27일 A씨가 허위신고를 자백하자 사건을 종결했다. 그리고 B씨에게 사건 종결 처분 문자를 보냈는데 이 문자가 여청1팀 명의로 나갔다.
이 때문에 여청1팀이 이 사건을 처음부터 전담해 강압수사 논란을 빚은 것처럼 오인돼 네티즌의 공격 대상이 됐다. 불똥은 다른 곳으로도 튀었다. 앞서 지난달 26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동탄경찰서 1위 실적. 의심스러운데?”라는 제목의 글이 네티즌의 오조준 시발점이 됐다. 동탄서 여청1팀이 지난해 전국 1위 여청수사팀에 올라 경찰청 선정 ‘베스트팀’으로 꼽혔다는 언론 보도 내용이었다. 이 글엔 “이번 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해 실적 쌓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기사에 나온 여청1팀 구성원 개인정보를 토대로 이들의 가족까지 찾아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지난해 베스트팀에 선정됐던 여청1팀은 지난 2월 인사에서 여청4팀으로 바뀌었다. 과거 기사 때문에 사건과는 무관한 여청4팀 팀원들과 가족이 네티즌의 마녀사냥 대상이 된 것이다.
지난 26일 동탄경찰서에 올라온 입장문 /홈페이지 갈무리 |
◇ 동탄서장 “무고하게 상처 받은 팀원 배려 부족했다”
여청4팀 강동호 팀장은 “우리 팀은 당사자 팀도 아닐뿐더러, 팀원 중 1명은 조부모 장례식으로 상중이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온갖 욕설과 사이버 테러를 감당해야만 했고, 작년에 태어난 아기, 초등학생인 어린 자녀까지도 그 피해를 오롯이 감당해야만 했다”며 “심지어 저의 아내는 빨래방에 갔다가 그곳에 있던 주민들이 이번 사건에 있어 남편의 실명을 거론하며 욕설하고 조롱하는 것을 듣고 식사조차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희 팀원들이 당한 것처럼 정작 당사자들이 감당해야할 부분을 다른 사람이 오인돼 고통받는 사례는 없어져야 하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추측으로 인해 사이버 테러를 당하는 일 또한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초기 수사를 맡았던 여청강력범죄팀장은 조선닷컴에 “그간 여청1팀에서 수사한 것으로 오해 받아 다른 팀장과 팀원이 비난받았다. 동료들이 상처를 입게 해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아울러 우리 직원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피해를 입게 된 B씨에게도 거듭 깊은 사과 말씀 드린다”고 했다.
변창범 동탄서장은 “이 사건이 처음 공론화 됐을 때 내부에서 ‘어느 팀 잘못인데 다른 팀이 욕 먹고 있다’는 식으로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먼저 사건 자체를 제대로 해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이 때문에 무고하게 상처 받은 팀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부족한 점을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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