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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연금과 보험

“노후는 걱정되지만 당장 쓸 돈도 없어”…불황 그늘에 시들해진 연금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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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 생보사 1분기 초회보험료
전년比 1조 감소, 해약도 급증


매일경제

대형 생명보험사 [사진 = 연합뉴스]


개인 연금 핵심 상품 중 하나인 연금보험이 외면받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목돈이 묶이는 연금보험을 깨는 추세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노후 준비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연금보험에 대한 사업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보사 빅3의 올 1분기 연금보험 초회보험료는 2조4416억원으로 전년동기(3조4130억원)보다 28.5% 줄었다. 같은 기간 종신보험 등 사망담보와 건강보험과 같은 사망담보 외 보장성보험의 초회보험료가 각각 100%, 131.1% 폭증한 것과 대비된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 가입 이후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연금보험은 만기까지 보험료를 내면 피보험자가 살아있는 동안(종신) 또는 일정기간 보험사로부터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노후준비를 위한 3층 연금구조에서 국가(1층·국민연금)과 기업(2층·퇴직연금)에 이어 개인(3층·개인연금)에 해당된다. 종신보험과 함께 생보사의 성장을 견인한 양대 상품으로 꼽혔다.

생보사들이 연금보험에 힘을 빼게 된 배경엔 회계제도의 변화가 크다. 작년 도입된 회계제도(IFRS17)에서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보험은 보험사의 미래 부채로 인식돼 실적 상승에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금리 변동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도 보험사가 연금보험에 관심이 낮아진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일부 보험사들은 2012년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했다가 10년이 지난 2022~2023년 해약자들이 몰려 유동성 관리에 애를 먹었다.

보험사 관계자는 “연금보험은 목돈을 10년 이상 묶어둬야 해서 가입 유인이 크지 않아서 보험사의 상품 출시가 줄고 설계사도 적극적으로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져도 건강에 대한 관심 때문에 건강보험은 악착같이 유지하지만, 연금보험은 해약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22개 생보사의 일반계정 기준 저축성보험 해지환급금은 22조552억원으로 보장성보험(10조8309억원)보다 두배 많았다.

보험업계는 개인연금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연금보험은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소비자 눈길을 끌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생명 등 일부 생보사는 최근 당국에 연금보험의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협회도 연금보험 개발·판매 활성화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금보험은 생보사만 다루는 상품인만큼, 연금시장에서 생보사의 역할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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