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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트럼프 면책 특권 판결 동맹국의 미 불신 초래"-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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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과 다르지 않아…법치 아닌 힘의 의한 통치"

정치 지도자 광범위한 면책 특권 인정 나라 드물어

뉴시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백악관 크로스 홀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선거 방해 혐의에 대한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한 것과 관련해 "이 결정은 미국의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라고 비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 는 3일 판결이 동맹국들의 미국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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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절대적 면책 특권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동맹국들이 미국에 의지해도 될 지를 우려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북한, 중국 등 독재국가의 위협을 받는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국 지도자들이 무소불위의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게 된 것을 불안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 고마무라 케이고 교수는 “미 대통령의 면책 특권이 판결대로 확대되면 동맹국은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 안정적인 국가안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마무라 교수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미국 대통령이 법을 무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시진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법에 의한 통치가 힘에 의한 통치가 됐다”고 강조했다.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일본, 한국, 호주, 영국도 현직 최고 지도자에게 일정하게 면책 특권을 부여하지만 연방대법원 판결처럼 무제한적 면책 특권은 아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로절린드 딕슨 법학 교수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국제 규범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미국 판결과 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미 동맹국 모두에게 큰 우려”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정치 지도자들은 현직을 벗어날 경우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으며 대통령 임기는 단임이다. 전직 대통령 8명 가운데 4명이 퇴임 뒤 대통령 재임 또는 그 이전에 저지른 부패 등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킹스칼리지 런던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국제관계 교수는 “많은 한국인들은 대통령을 포함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대통령은 일반인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역대 대통령 처벌이 정치적 양극화를 초래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직 한국 대통령은 “내란 혹은 반역”을 제외한 모든 소추 대상이 아닌 것으로 법에 명문화돼 있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은 이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에 대해 면책 특권을 부여했다.

일본의 경우 모든 국회의원들이 현직일 때 체포되지 않도록 헌법에 보장돼 있으나 형사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 현직 의원인 총리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선 1970년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가 전일항공의 여객기 구매와 관련해 미 록히드사로부터 160만 달러를 수뢰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고 지도자에 대한 면책 특권을 일부 인정하는 나라들이라도 면책 대상은 매우 좁게 규정돼 있다. 영국은 의원들의 정치적 발언을 광범위하게 면책한다. 그러나 일반 형사 범죄에 대해선 면책하지 않는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재임 중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 방역 규제를 위반해 파티를 열은 것에 대해 경찰이 벌금을 부과했다. 이 처벌은 존슨 총리 내각이 직접 도입했던 것이다.

반면 말레이시아의 경우 면책 특권 범위가 매우 좁지만 대규모 부패를 저지른 최고 지도자들이 처벌된 사례가 드물다. 예컨대 나집 라작 전 총리는 수십 억 달러의 부패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법원과 언론을 장악한 덕분에 처벌을 면했다.

2018년 야당에 패배한 뒤 2020년 7건의 부패 혐의로 기소돼 12년 형을 받았으나 올해 초 사면을 받아 형량이 절반으로 줄고 벌금도 당초 부과된 금액의 4분의 1로 줄었다. 곧 국왕이 그를 사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지난 1일 X에는 “트럼프도 절친인 나집처럼 왕의 사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의 경우 총리를 포함한 모든 의원들이 공무 수행 중 행위에 대해 절대적 면책 특권이 인정된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판결한 것과는 다르다. 의원들에 대한 처벌을 막지 못하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년 전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어찌어찌해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가자 전쟁 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자 사법부 권력을 축소하려고 시도하다가 대규모 시위에 직면했었다.

반면 전임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자신에 대한 부패 수사가 시작되자 사임했다.

텔아비브 레이히만대 아담 시나르 교수는 미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실질적 면책 특권을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퇴임후 대통령을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처벌 위기에 처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도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사면해 기소되지 않았다.

시나르 교수는 트럼프가 법과 정치 규범을 무시하면서 정치적 양극화를 키우고 미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림에 따라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발이 어느 때보다 격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불신하면 형사 처벌과 같은 다른 방도가 필요하게 된다”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데 면책도 커지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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