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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목포MBC와 단독대담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목포MBC 유튜브 캡처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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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채상병 특검법'의 표결을 막기 위해 여당이 3일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다. 헌정 사상 6번째 필리버스터다.

건국 이후 최초의 필리버스터는 제6대 국회에서 이뤄졌다. 주인공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64년 4월 21일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오후 2시 37분부터 7시 56분까지 5시간 19분 동안 발언했다. 김준연 의원은 당시 5선 의원으로 법무부 장관, 유엔 한국대표 등을 역임하고 제6대 대선에 출마한 이력을 지닌 유력 정치인이었다.

앞서 김 의원은 한일협정 과정에서 여당이 일본으로부터 1억3000만달러를 들여와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여당이던 민주공화당이 김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임시국회 종료일을 하루 앞둔 4월 20일 여당 소속이던 이효상 국회의장이 김준연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했으나 실패하고 이튿날 재상정을 시도하려 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섰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초선과 다름없는 재선의원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61년 강원 인제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선 사흘 뒤에 5·16 군사정변으로 국회가 해산돼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은 사실상 전무했다. 갑작스러운 여당의 체포동의안 재상정에 맞서 당 지도부가 발언대에서 시간을 끌어달란 요구에 원고도 없이 단상에 오른 김 전 대통령은 5시간 19분 동안 발언을 이어 갔다.

김 전 대통령은 한 차례 화장실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긴 시간 해당 체포동의안이 왜 부적절한지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이 화장실에 다녀오기 위해 단상을 잠시 비웠을 당시 여당 의원들이 단상의 마이크를 빼앗으려 시도했으나 여당 의원들이 말렸고 결국 국회의장이 산회를 선포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는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산시키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치고 발언대를 내려가고 있다. 윤 의원은 12시간 47분 발언해 최장 발언 기록(이종걸 전 의원·12시간 31분)을 경신했다. 2020.12.1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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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긴 필리버스터의 주인공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2020년 제21대 총선 직후 원 구성 협상 결렬로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을 시기인 2020년 12월 윤 전 의원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 등으로 이관하고 국정원의 직무 범위 범위에서 국내 정보를 삭제하는 것이 골자인 국정원법 개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무려 12시간 47분 동안 발언했다.

윤 전 의원은 긴 시간 발언을 이어갔지만 김 전 대통령처럼 법안 통과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재확산 등을 이유로 종결동의서를 제출했고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를 위한 의결정족수(재적의원의 5분의 3)를 충족하며 윤 전 의원을 비롯해 여야의원 15명이 61시간 4분 동안 이어간 필리버스터가 표결로 종료됐다. 이날 필리버스터는 의회선진화법 도입 후 처음으로 표결로 종료된 사례로 기록됐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무산시키기 위한 필리버스터는 2016년 2월 23일 오후 7시 5분부터 3월 2일 오후 7시 32분까지 무려 192시간 27분(8일 17분) 동안 진행됐다.

당시 최민희 의원은 헌법 전문을 읽어 화제가 됐다. 당시 3선의 강기정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번 채상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4시간 17분)의 토론으로 시작됐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46분),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5시간 14분),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31분),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6시간 49분) 등이 차례로 발언했다.

31분간 채상병 특검법의 필요성을 설명한 신장식 의원은 2019년 선거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45분 동안 발언한 유민봉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보다 짧게 발언해 필리버스터 사상 최단시간 발언자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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