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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1회 30만원…'강남 롤스로이스남' 단골 병원 '마약 쇼핑몰'이었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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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의사 2명 구속 송치…병원 관계자·투약자 등 42명 검거

의료용 마약류 등을 의료 외 목적으로 불법 투여하며 영업한 의사와 투약자들 42명이 경찰에 대거 검거됐다. 50대 의사 B씨가 본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내원자에게 돈을 받고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투여해주는 모습./영상=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의료용 마약류 등을 의료 외 목적으로 불법 투여한 의사와 투약자들 42명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투약자 중에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마약을 투약한 채 차량을 운전해 논란이 된 이른바 '롤스로이스남'과 '람보르기니남'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40대 의사 A씨와 50대 B씨 등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A씨와 B씨 외 이들이 각각 운영하는 병원 2곳 관계자 14명과 이곳에서 의료용 마약류 등을 불법 투약한 투약자 26명도 함께 경찰에 검거됐다.


'미용 시술' 빙자해 의료용 마약류 하루 10여회 이상 투여…단골은 '롤스로이스 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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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의사 A씨가 작성한 진료 기록부. 오른쪽 포스트잇에 △D(디아제팜) △K(케타민) △P(프로포폴) △M(미다졸람) 등 내원자에게 투약한 약물 종류와 투약 횟수가 정리돼 있다./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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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A씨 등 7명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1년4개월간 미용 시술을 빙자해 내원자 28명에게 수면마취제 계열의 마약류 4종을 549회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내원자들은 수면 목적으로 병원을 찾아 △미다졸람 △디아제팜 △프로포폴 △케타민 등 4종을 투약받았다. 1회 투약 시 30만~33만원을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품 취급가와 단순 비교하면 A씨는 92~112배에 이르는 폭리를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이들이 얻은 이익은 8억590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오·남용 점검을 피하기 위해 수면마취제 계열의 마약류를 투약하지 않은 91명의 명의로 허위 진료 기록부를 작성하거나 마약류 투약 기록을 거짓으로 보고한 혐의도 받는다. 압수수색에 대비해 진료 기록을 수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롤스로이스남으로 알려진 신모씨(29)가 A씨의 병원에서 디아제팜 등 4종의 마약류를 9회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씨는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4개 병·의원에서 58회에 걸쳐 본인이나 타인 명의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받은 혐의를 받는다.

신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 C씨를 들이박았다. 이 사고로 C씨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던 중 숨졌다.

경찰은 A씨가 하루 약 9시간 동안 신씨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9회에 걸쳐 투약한 뒤 '환자의 안전한 귀가' 등의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퇴원시켜 C씨가 숨졌다고 보고 A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도 추가로 적용했다. A씨는 신씨 사건 후 수사 기관이 병원을 압수수색을 한 뒤에도 마약류 불법 투약 영업을 지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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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의사 A씨는 진료 기록부를 수정한 뒤 폐기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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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프로포폴' 투약해 12억 벌어들인 의사…마약류 관리법 허점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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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의사 B씨가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내원자에게 투여하는 모습/사진=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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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 등 9명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내원자 75명에게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투여한 혐의를 받는다. 수면 목적으로 병원에 온 내원자들에게 에토미데이트 합계 4만4122㎖를 8921회에 나눠 투약했다.

1회 투여에 10만~20만원을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받고 12억5410만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B씨 병원 내원자 중 1인 최대 투약 횟수는 1210회, 최대 투약 금액은 2억2000만원 상당이다.

B씨 병원 소속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의사만 투여할 수 있는 에토미데이트를 의사 대신 직접 투여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내원자들에게 주사기 등을 주고 직접 투약하게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효능과 용법이 유사하지만 전문의약품으로만 지정돼 있어 마약류관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B씨는 이런 점을 악용해 불법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에게는 약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약사법 제23조 4항에 따르면 의약품은 약사가 조제·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의사는 병원 내에서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한 해 의약품의 조제·판매 권한을 갖는다.

경찰은 B씨가 질병 치료 목적 없이 의약품을 조제·투여한 것으로 보고 이를 '무면허 의약품 판매 행위'로 판단해 약사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일명 '람보르기니남'으로 불리는 홍모씨(31)가 B씨 병원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씨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서울과 부산 등에 있는 병·의원 22곳에서 수면 목적으로 36차례에 걸쳐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본인의 주거지에서 케타민, 엑스터시 등 마약류를 투약하고 약물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9월 마약류를 투약하고 무면허 운전을 한 뒤 주차 시비가 붙자 흉기로 상대를 협박해 논란이 됐다. 홍씨는 A씨의 병원에서도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20억 상당 의사들 재산 기소 전 추징 보전…관련 부처에 제도 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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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전경 /사진=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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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지난해 9월 신씨와 홍씨의 마약류 불법 취급, 초고가 외제 차량 유지 자금 출처 등과 관련된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인계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마약범죄수사대는 일부 의사가 마취제 계열의 의약품을 불법 투약한 정황을 확보하고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 법리 검토 등을 거쳐 의사 주도하에 장기간 불법 투약이 이뤄졌고 수면 마취된 여성 환자를 상대로 다수의 성폭력 범죄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A씨와 B씨의 재산 19억9775만원에 대해서는 기소 전 추징 보전 결정을 받았다. 경찰은 경찰청, 법무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는 용법과 용량에 따라 사용해도 쉽게 중독될 수 있어 꼭 필요한 상황에만 투여해야 한다"며 "에토미데이트를 수면 목적으로 투약받는 것 역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법 투약을 권하는 병원은 반드시 수사기관에 제보하시길 바란다"며 "마취제 등 약물 투약·복용 시 약물 운전으로 적발될 수 있기 때문에 약물 사용 후 최소 24시간은 운전을 삼가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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