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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닭 대신 미생물이 낳은 달걀…‘머랭’까지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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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개발…동물 윤리 문제 해소·비상식량 활용 등 기대

경향신문

카이스트 연구진이 개발한 계란 대체재를 넣어 만든 쿠키. 카이스트 제공


국내 연구진이 미생물을 이용해 계란 대체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진짜 계란처럼 영양가가 높고, 케이크나 쿠키를 만들 때 꼭 필요한 흰색 거품인 ‘머랭’도 제조할 수 있다.

카이스트(KAIST) 생물공정연구센터 최경록 연구교수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가 구성한 연구진은 미생물을 이용해 계란을 대체할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pj 식품 과학’에 실렸다.

계란은 싸면서 맛이 좋은 데다 단백질 등 영양 성분이 많아 다양한 음식에 들어간다. 특히 쿠키 등을 만들 때 꼭 필요한 하얀색 거품, 즉 ‘머랭’의 원재료다.

하지만 계란 대부분은 좁은 우리에 닭을 가둬놓고 키우는 공장식 축산으로 얻어지기 때문에 동물 윤리 문제가 대두된다. 닭을 기르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도 다량 방출된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효모 등 미생물로 만든 계란 대체재를 개발해 해결했다. 미생물은 같은 질량으로 따졌을 때 단백질 함량이 육류만큼 많다. 증식하는 과정에서 가축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고 물과 토지도 덜 필요하다.

문제는 열이었다. 미생물을 모아서 덩어리로 만든 계란 대체재는 처음에는 반고체 상태였다. 그런데 연구진이 열을 가하니 물처럼 줄줄 흐르는 액상으로 변했다. 이러면 가스레인지에 올리거나 오븐에 넣을 수 없다.

연구진은 미생물 외벽을 감싼 세포벽과 세포막을 부순 ‘용해물’을 제조해 문제를 극복했다. 미생물 용해물을 100도로 10분간 가열했더니 쫀득한 젤 형태로 굳었다.

특히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계란 대체재로 머랭을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계란 흰자를 막대기로 오래 휘저으면 생기는 거품인 머랭은 쿠키와 케이크를 만들 때 꼭 필요하다.

이 특훈교수는 “평소 먹을거리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특히 장거리 우주여행이나 전시 상황 등에 대비할 비상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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