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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49일만에 다시 만난 시진핑·푸틴... 反美 ‘상하이협력기구’ 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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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카자흐스탄을 방문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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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오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3~4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했다. 두 정상의 대면 회담은 지난 5월 16~17일 베이징에서 중·러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한 달 반 만이고, 지난달 19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푸틴은 “중·러 관계가 역사상 최고의 시기를 맞이했다”고 했고, 시진핑은 “양국 관계가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압박이 커진 상황에 러시아가 중국에 매달리고, 중국은 이에 호응하는 구도로 미국을 겨냥한 양국의 연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틴 “중·러 관계, 최고의 시기”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50분 동안 이뤄진 회담에서 시진핑과 푸틴은 서로를 “나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 “도로고이 드루크(дорогой друг·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유대를 확인했다. 시진핑은 “혼란스러운 국제 형세에 직면해 양국은 대(代)를 이은 우호의 초심을 계속 견지해야 한다”면서 “중·러 관계의 독특한 가치를 끊임없이 키우자”고 했다. 또 “5월 푸틴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중국 국빈 방문을 했고, 중·러 수교 75주년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시점에 양국 관계의 다음 단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계획과 조치를 함께 정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푸틴은 “러·중 관계와 우리의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가 역사상 최고의 시기에 도달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의 타스통신이 전했다. 이날 시진핑은 중·러 관계가 높은 수준(high level)에 이르렀다고 했는데, 푸틴은 양국 관계가 이보다 높은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신화통신은 푸틴이 “러시아는 외부 세력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거나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美에 맞설 국제 진영 구축하는 두 나라

두 정상은 미국에 대항하는 국제 진영 구축에 속도를 낼 것도 시사했다. 시진핑은 “중·러 양국은 계속해서 전면적 전략 협력을 강화하면서 외부 간섭에 반대하고, 공동으로 지역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면서 “중국은 러시아가 브릭스(BRICS, 러시아·남아공·브라질·인도·중국의 경제협력체) 순환 의장국을 맡아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단결, 신냉전 방지를 추진하고 불법적인 일방 제재,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시진핑은 “중국은 늘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평화를 설득하고 대화를 촉진하는 자세를 견지해왔다”며 “우크라이나 위기 등 지역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이끌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는 어떤 형식의 다자 회담도 무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 CNN 등은 양국 정상의 공동 목표는 이번 SCO 정상회의에서 서방 진영에 대항하기 위한 세력 확대라고 분석했다. SCO는 중앙아시아 안보를 위해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창설된 정치·안보·경제 협력체이지만, 최근에는 미국에 대항하는 국제 협력체 성격을 띈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는 미국에 우호적인 인도는 불참하고, 친(親)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가 SCO의 새 회원국이 됐다. 이로써 지난해 이란의 가입으로 회원국을 9국으로 늘린 SCO는 두 자릿수 회원국을 거느린 거대 국제 협의체가 됐다.

시진핑은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3일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 경제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특히 서방이 ‘관세 폭탄’으로 공격하는 중국의 전기차와 중국의 전략 자원인 핵심 광물 등을 이 국가들과의 새 협력 영역으로 삼았다. 상당수 중앙아시아 국가는 정치·군사적으로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는 만큼, 러시아가 최근 중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기반시설 투자, 에너지 협력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접 입장 표명은 삼가는 中… 한반도 논의 나왔을 수도

이날 회담에서 푸틴의 방북을 계기로 강화된 북·러 밀착과 한반도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북한 김정은과 푸틴은 지난달 19일 회담에서 한쪽이 공격당하는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했다. 북·러가 국제사회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루면서 중국은 자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와 동아시아 지역 분쟁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또한 유럽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러시아에 대해 직접 무기·자금을 지원하거나, 침공을 지지하는 입장 표명 등은 꺼리고 있다. 실제로 이날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중·러 회담 결과 자료는 730자로, 시진핑이 국빈 방문한 카자흐스탄과의 정상회담 결과(2270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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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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