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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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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돌진사고 운전자 “브레이크 밟았으나 딱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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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일 밤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희생자 9명의 발인식이 4일 오전 엄수됐다. 이날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서울시청 김모 사무관의 영정이 장지로 향하기 전 고인이 근무했던 서울시청을 들러 동료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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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인도로 돌진해 16명의 사상자를 낸 차량 운전자 차모(68)씨가 첫 피의자 조사에서 ‘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차씨는 사고 직후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도 “차가 급발진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4일 서울대병원을 찾아 입원 중인 차씨를 상대로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사흘 만이다. 오후 2시 45분부터 약 2시간여 진행된 조사에서 차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주장했다.

차씨는 사고 당시 갈비뼈 10개가 골절되고 왼쪽 폐가 손상돼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현재는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및 변호인과 협의해 추후 후속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차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3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차씨가 병원에 입원 중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사의 핵심은 사고 당시 차씨가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액셀)을 밟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었다. 차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Event Data Recorder),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 사고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에선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액셀을 밟은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근거,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한 이유 등에 대해서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조사를 다 마친 뒤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서울 곳곳에선 참사 피해자들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오전 5시 20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선 서울시 김모(52) 사무관의 발인식이 열렸다. 아버지의 영정을 든 작은 딸(22)은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바라봤다. 김 사무관은 생전 둘째 딸과 자주 캠핑을 다녔던 ‘딸바보’로 유명했다.

역시 서울시에서 근무했던 윤모(30) 주임의 발인식은 이날 오전 6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작됐다. 운구차가 들어서자 윤씨 동생이 영정사진을 들었고 가족들은 울며 뒤를 쫓았다. 조문객들 사이에선 흐느끼는 소리와 통곡 소리가 섞여 나왔다. 1993년생인 윤씨는 업무가 많은 세무과에 근무했지만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아 주변 동료들에게 “천사 같은 후배”로 불렸다.

오전 5시 3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선 신한은행 직원 박모(44)·이모(52)·이모(52)씨의 발인식이 열렸다. 같은 은행 직원 40여명이 동료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도열했다. 은행 관계자는 “연차를 내고 찾은 이도 있다”고 전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참석했다. 박씨 유족은 “착한 ○○이, 좋은 데 가라”고 목놓아 울었다.

오전 10시 같은 장례식장에선 서울의 한 병원 주차관리 용역업체 직원 박모(40)·김모(38)·A(35)씨의 발인도 진행됐다. 동료들은 운구차가 멀리 사라질 때까지 배웅했다. 박씨의 30년 지기인 이상훈(40)씨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카톡 하면 답장이 올 것만 같다”며 울먹였다.

김서원·이아미·박종서·이보람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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