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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길거리의 싸구려 국수가 뒤늦게 인기 끌게 된 비결, 알고 보니 이랬구나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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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⑫] 땅콩국수 딴딴면, 뿌리는 음식행상의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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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딴딴면(擔擔麵)은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알려진 중국 국수다. 고소하면서 또 매콤해서 인기가 높다. 맛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많이 먹는다. 뿐만 아니라 중국계가 많은 싱가포르나 동남아 등지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런 딴딴면인데 중국 밖의 세상에 알려진 역사는 오래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중국 내에서도 널리 퍼진 것은 거의 21세기 이후부터다. 맛있는 국수가 왜 이렇게 뒤늦게 알려지게 됐을까?

이유가 다소 복잡하다. 딴딴면이라는 국수의 정체성과 함께 근현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먼저 딴딴면의 정체다. 중국 사람들 이야기로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딴딴면은 1841년 천바오바오라는 사람이 만들어 팔면서 사천성에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천바오바오는 음식점 주방장도 아니고 포장마차 주인도 아닌 국수를 삶아 지게에 메고 다니며 팔았던 음식 행상이었다. 가난한 음식 장수가 주머니 가벼운 노동자를 상대로 팔았던 막국수였다는 소리다.

참고로 중국에서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相傳)..."이라고 하면 문헌의 기록은 없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신뢰할 만한 근거는 없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러니 딴딴면이 정말 19세기 중반에 생긴 국수인지 진짜 천바오바오라는 행상이 팔았는지는 알 수 없는데 다만 돈 없고 배고픈 사람들이 주로 사 먹던 막국수였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어쨌든 천바오바오라는 음식 행상은 기다란 막대기 한쪽 끝에는 삶은 국수통을, 다른 쪽 끝에는 딴딴면 육수통을 매달아 메고 다니며 국수 사 먹으라고 외치고 다녔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그래서 국수 이름이 딴딴면(擔擔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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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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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통을 지게에 매달아 지는 것을 한자로는 담(擔, 간자체는 担)이라고 쓰는데 중국어 발음은 '단'이다. 이 글자 둘을 겹쳐서 강하게 발음해 딴딴면이라고 한 것인데 말하자면 지게에 매달아 지고 다니며 파는 국수라는 뜻이다. 이름에서부터 거리의 싸구려 국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러니 사 먹는 사람들 또한 대부분 쿠리(苦力)라고 하는 막일꾼들이었다. 그러니 특정 지역을 벗어나 쉽게 다른 지역에서도 환영받을 음식은 아니었다.

이런 딴딴면인데 현대에 들어서나마 폭넓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그 정체성과 관련 있을 것 같다. 딴딴면에는 빨간 고추기름과 참깨소스, 간 고기, 얼얼한 맛을 내는 향신료인 화쟈오(花椒), 땅콩가루, 마늘과 파 등이 들어간다. 맵고 얼얼한 맛을 내는 빨간 고추기름과 화쟈오는 사천 음식의 특징이고 딴딴면의 핵심은 참깨소스와 땅콩가루다.

이 중 마장(麻醬)이라고 하는 참깨소스는 풍미를 살리는 데 쓰일 뿐 중심은 땅콩가루이니 딴딴면은 이를테면 땅콩국수인 셈이다. 그런데 이런 땅콩국수가 왜 그토록 인기를 얻었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국에는 참깨소스로 만드는 마장면(麻醬麵)이라는 국수가 있다. 참깨를 갈아 만든 만큼 주로 중산층 이상에서 먹는 국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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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면(麻醬麵). 사진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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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면은 비싼 참깨를 대신해 값싼 땅콩으로 만들었고 게다가 청나라 때 땅콩은 몸에 좋은 장수과(長壽果)로 여겼다. 더해서 열량까지 높으니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먹는 거리 음식, 패스트푸드로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딴딴면이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던 비결일 것이다.

이런 딴딴면이 사천성을 떠나 북경에 퍼진 것은 2000년 전후다. 왜 그토록 늦게 퍼졌을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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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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