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삼호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는 조선소 작업 현장의 위험을 높인다. 가장 큰 원인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라며 “특히 E7(외국인 특정활동) 비자 노동자들은 한국어 능력 기준이 없어 소통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E7 비자는 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자격증만 따면 돼 숙련도가 낮다”며 사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권오갑(앞줄 왼쪽 네번째) HD현대 회장이 지난 3월 울산 HD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외국인 근로자 초청 격려 행사'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HD현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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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미포 노조도 최근 소식지에서 “20개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 간 문화 차이로 조합원들의 불편과 불만이 생겨나고 있고, 작업장에서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빈번한 안전사고들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와 조합원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식당과 휴게공간 등 기본 복지시설 부족과 화장실 만원 사태의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 돼버렸다”고 밝혔다.
또 “현장 작업자들은 잔업과 특근을 많이 해야 살림살이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포화 상태인 지금 조합원들의 잔업과 특근 자리는 값싼 이주노동자가 빼앗아 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는 “외노자(외국인 근로자를 하대해 이르는 말) 우대, 자국민 천대”, “외노자 일 못하고 머리만 굴린다”, “더러운 외노자”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외국인이 없으면 배를 만들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약 8700명), 한화오션(약 3000명), 삼성중공업(약 3800명) 등 대형 조선 3사와 협력업체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만5500명이다. 국내 조선업 근로자 9만3000명의 16% 수준이다. 업계는 아직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아 올해도 수천 명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조선사는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지난 3월 울산 조선소를 찾아 외국인 근로자외 함께 식사했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는 여러분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때 건강하게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 삼성중공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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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외국인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8개 국어 통역사가 상주하면서 행정 서비스, 고충 상담 등을 제공한다. 삼성중공업은 국가별 맞춤 식단을 제공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쌀국수, 볶음밥 등 각 나라 음식은 물론 현지 소스도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한화오션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지난해 기숙사를 리모델링했다.
HD현대중공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사내 협력사가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도 정기 기량 진단과 보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취부(용접 이전에 설계 도면대로 부재를 정위치에 붙이는 작업)·용접에 대해서는 자격 관리 시험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화오션은 용접 작업 시 지켜야 할 10가지 준수 사항을 픽토그램(그림문자)으로 제작해 영어, 네팔어, 미얀마어 등 8개 국어로 번역하고 설명을 덧붙여 작업 현장 곳곳에 비치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신규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인력의 신규 채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는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한 문제가 많다는 걸 인식시켜야 국내 인력 고용을 늘리기 쉬울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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