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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외국인 없으면 조선소 안 돌아가는데… 노조는 “잔업 뺏는다”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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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소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근로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외국인 근로자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이 국내 근로자의 일거리를 빼앗아 간다는 것이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삼호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이주노동자 고용 확대는 조선소 작업 현장의 위험을 높인다. 가장 큰 원인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라며 “특히 E7(외국인 특정활동) 비자 노동자들은 한국어 능력 기준이 없어 소통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E7 비자는 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자격증만 따면 돼 숙련도가 낮다”며 사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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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앞줄 왼쪽 네번째) HD현대 회장이 지난 3월 울산 HD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외국인 근로자 초청 격려 행사'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HD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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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미포 노조도 최근 소식지에서 “20개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 간 문화 차이로 조합원들의 불편과 불만이 생겨나고 있고, 작업장에서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빈번한 안전사고들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와 조합원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식당과 휴게공간 등 기본 복지시설 부족과 화장실 만원 사태의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의 몫이 돼버렸다”고 밝혔다.

또 “현장 작업자들은 잔업과 특근을 많이 해야 살림살이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이 포화 상태인 지금 조합원들의 잔업과 특근 자리는 값싼 이주노동자가 빼앗아 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는 “외노자(외국인 근로자를 하대해 이르는 말) 우대, 자국민 천대”, “외노자 일 못하고 머리만 굴린다”, “더러운 외노자”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외국인이 없으면 배를 만들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약 8700명), 한화오션(약 3000명), 삼성중공업(약 3800명) 등 대형 조선 3사와 협력업체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약 1만5500명이다. 국내 조선업 근로자 9만3000명의 16% 수준이다. 업계는 아직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아 올해도 수천 명 규모의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조선사는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지난 3월 울산 조선소를 찾아 외국인 근로자외 함께 식사했다. 권 회장은 이 자리에서 “회사는 여러분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때 건강하게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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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 삼성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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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외국인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8개 국어 통역사가 상주하면서 행정 서비스, 고충 상담 등을 제공한다. 삼성중공업은 국가별 맞춤 식단을 제공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쌀국수, 볶음밥 등 각 나라 음식은 물론 현지 소스도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한화오션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지난해 기숙사를 리모델링했다.

HD현대중공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사내 협력사가 채용한 외국인 근로자도 정기 기량 진단과 보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취부(용접 이전에 설계 도면대로 부재를 정위치에 붙이는 작업)·용접에 대해서는 자격 관리 시험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화오션은 용접 작업 시 지켜야 할 10가지 준수 사항을 픽토그램(그림문자)으로 제작해 영어, 네팔어, 미얀마어 등 8개 국어로 번역하고 설명을 덧붙여 작업 현장 곳곳에 비치하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신규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인력의 신규 채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는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한 문제가 많다는 걸 인식시켜야 국내 인력 고용을 늘리기 쉬울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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