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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에 담긴 "응급처치 제가 할게요"...시청역 사고 피해자 지킨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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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신고에 1명이던 사상자 계속 늘어나

세계일보

역주행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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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당시의 119 신고 전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됐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 탓에 상황 파악할 수 없었던 신고자들의 당혹함과 사고 직후 급박한 상황이 그대로 담겨있다.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소방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시청역 교통사고 관련 119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점인 지난 1일 오후 9시27분20초부터 오후 9시42분31초까지 모두 14건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최초 신고자는 “시청역 사거리에 자동차 사고가 크게 났다"며 “사고 충격으로 차가 완전히 반파됐다. 사람 한 명이 도로에 누워있다”고 전했다.

27초 뒤 두 번째 신고에서는 사상자 수가 크게 늘었다. “지금 5명 이상이 쓰러져 계신다”며 “검은색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쳤다. 사람들이 많이 다친 것 같다”고 알렸다. 신고 전화가 거듭될수록 인명 피해는 늘어갔다.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목격했다는 신고자는 3초 뒤 “환자가 몇 명이나 되는 것 같냐는 질문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이라며 의식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다급히 설명했다.

현장 인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추정되는 한 신고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피해 상황을 전했다. 그는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사람이 다쳐서 인도까지 왔다”며 “숨을 안 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면서도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지’, ‘숨을 쉬는지 봐달라’는 요원의 요청에 끝까지 응하며 답했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발 벗고 응급처치에 나선 신고자도 있었다. “혹시 환자한테 응급처치할 수 있겠냐”는 119 상황실 요청에 이 신고자는 “제가 하겠다”고 즉각 답했다.

9시42분31초에 전화를 걸어온 마지막 신고자는 “초기에 본 사람이라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해 전화를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는데 한 명만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고 나머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면서 처참했던 상황을 전했다.

신고자들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피해자 의식을 확인해 119 상황실에 상황을 설명하고, 구급대원의 신속한 도착을 재촉했다.

한편, 가해 차량 운전자 A 씨(68)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 인도와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치는 사고를 냈다. 이에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jis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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