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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벌거벗은 모스크바’·‘고개 꺾인 링컨 동상’…초여름 폭염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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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7월 초 연일 역대 최고 기온…기록적 폭염에 외출자제령까지

‘열돔 현상’ 미국선 밀랍 동상 녹아내려…40도 넘는 폭염에 초대형 산불

초여름부터 닥친 폭염과 허리케인 등 전세계가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혹한으로 악명 높은 러시아는 100여 년 만에 낮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며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4일 독립기념일을 맞은 지구 반대편 미국도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린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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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공원에 웃통을 벗고 누워있는 남성(왼쪽 사진)과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DC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밀랍으로 만든 링컨 동상이 폭염에 녹아내려 고개가 뒤로 꺾인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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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가제타.루’는 모스크바의 기온이 34도로 올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7월4일의 역대 최고 기온은 1938년의 33.7도. 지난달 살수차가 동원되기도 한 모스크바는 몇 일 연속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온은 32도로, 1890년에 나온 7월 2일의 최고 기온을 134년 만에 깨트렸다. 3일 기온은 32.7도였는데 이는 1917년에 나온 역대 7월 3일 최고 기온보다 0.5도 높다. 한겨울 보통 영하 20도, 심하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날씨로 악명 높은 모스크바가 여름철 들어 ‘최고 기온’ 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

기상당국은 모스크바 일원에 내려진 폭염 ‘오렌지’ 경보를 5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모스크바의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포보스 기상센터는 자체 기상 뉴스에서 “전례 없는 더위로 모스크바강의 수온은 흑해보다 높아졌다”며 흑해 연안 겔렌지크와 모스크바강의 수온이 각각 22도, 24도라고 했다.

폭염이 이어지자 모스크바에서는 에어컨과 선풍기 수요, 아이스크림과 찬 음료의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일부 지하철과 기차에서는 승객에게 생수를 제공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4일 노인과 임산부, 어린이에게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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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소방차가 도로에 물을 뿌리는 모습(맨 왼쪽 사진)과 고개가 꺾인 링컨 동상(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로빌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사진=EPA연합뉴스·컬처럴 D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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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여름부터 시작된 폭염은 세계 곳곳에서 처음 보는 광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열돔 현상으로 인해 며칠째 35도 안팎의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24일엔 워싱턴DC 개리슨 초등학교에 설치된 링컨 전 대통령의 밀랍 조형물이 폭염에 녹여 내려 목을 뒤로 꺾고 말았다.

최근 40도 넘는 폭염이 계속된 캘리포니아에선 북부에서 시작된 산불이 여의도 5배 면적을 태우며 번지고 있다. 폭염에 건조한 기후가 더해져 자연발화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된 것이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캘리포니아의 3만 명 주민들은 필사의 탈출을 벌여야 했다. 7월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지만 이 지역에선 불꽃놀이가 금지됐다.

우리나라 역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기온이 높은 6월을 보냈으며, 서울에선 117년 만에 가장 이른 열대야가 관측됐다.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2.7도로 평년보다 1.3도 높았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7월과 8월의 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각각 40%와 50%,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계속됨에 따라 폭염이 일상화된 ‘뉴 노멀’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30년대엔 한반도 여름철 평균 온도의 추세가 자연 기후 변동성을 넘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이 0%에 가까워진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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