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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차기대통령 페제시키안은 누구? “국민 희망 담긴 개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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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란 개혁파 정치인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지난 3일 수도 테헤란의 선거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보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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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결선 투표 개표 결과 최종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70)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추구하며 무수한 이란 국민들의 희망을 등에 진 인물”이라고 전했다. 무명에 가까운 인지도에도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개선,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등을 통한 대(對)이란 경제 제재 완화를 약속한 그가 빈곤에 빠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페제시키안은 1954년 9월 29일 이란 북서부 서아제르바이잔주(州) 마하바드에서 아제르바이잔 출신 아버지와 쿠르드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군 복무 후 의대에 입학했고,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의무병 역할을 했다. 이후 이란의과대에서 1993년 심장외과 전문의 자격을 얻은 뒤 이듬해 타브리즈 의대 총장이 됐다.

1997년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 보건부 차관으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고, 2001~2005년 보건 장관을 지냈다. 2008년 총선에서 고향과 가까운 타브리즈 지역구에 출마해 의회에 입성했다. 이후 내리 5선을 했다. 2016~2020년 의회 제1부의장을 역임했다.

장관까지 지낸 다선 의원이나, 유명 정치인은 아니었단 점에서 지난달 9일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대선 후보 6명을 최종 승인했을 때 그가 개혁파 인사 중 유일하게 포함된 것을 두고 ‘구색 갖추기’란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선거 운동에서 히잡 단속 완화 등 개혁적 공약을 내걸며 1차 투표에서 1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란 보수 지도층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그의 득표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아제르바이잔·쿠르드계 부모에서 태어나 ‘이란 사회 비주류’로 평가되는 그가 이란 소수민족 표심을 사로잡았단 관측도 있다. 1차 투표 기세를 몰아 지난 5일 결선 투표에서 유권자 과반의 득표율(약 54%)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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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지난 1일 테헤란의 이란 국영 IRIB TV 스튜디오에서 열린 TV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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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대선 땐 시민들의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정부가 강경 진압하자 “국민을 야생 동물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개혁파에 몸담으면서도 최고 권력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겐 충성을 표해 왔다.

2022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단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확산한 반(反)정부 성격 ‘히잡 시위’를 두곤 당국의 해명을 요구한 적 있다. 그러나 AP에 따르면, 당시에도 그는 “최고지도자를 모욕하는 행위는 분노와 증오 이상의 무언갈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2013년 대선에 출마하려다 당시 자신과 같은 개혁파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단 소식을 듣고 후보 등록 신청을 취소했다. 2021년 대선 땐 헌법수호위원회 후보 심사 문턱에 가로막혀 나오지 못했다. 당시 대선에서 당선된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헬기 사고로 사망했다.

산부인과 의사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자식들을 뒀지만 1994년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 한 명을 잃었다고 AP는 보도했다. 이후 지금까지 재혼하지 않고 남은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다고 전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페제시키안의 당선으로 “이란 외교 방침이 반미 강경 노선에서 경제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 유럽과의 대화를 도모하는 쪽으로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하메네이가 사실상 최고 권력을 쥔 이란에서 새로 대통령에 오른 그가 핵합의 복원 등 외교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거란 분석은 많지 않다.

로이터는 “이란 대통령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어떠한 주요 정책 변화도 (혼자) 이끌어낼 수 없다”고 보도했다. 한 이란인은 로이터에 “국민들에게 사회적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약한 대통령’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도 “취임 뒤 이란 보수파가 페제시키안이 선거 운동 기간 제시했던 공약들을 좌절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의 핵합의 복원 공약은 2018년 이를 파기시킨 장본인인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물거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는 “이란은 여전히 여러 개의 (핵)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우라늄 비축량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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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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