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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세금을 내지 않으면 모두 행복해질까요?[세금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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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국민의무로 생각” 64.8%→42.0% 급감

절반 세금인 덴마크·핀란드, 행복지수 최상위

국민 61% “세금 낸 만큼 돌려받지 못해” 불만

국민 복지 개선됐지만…치솟는 복지지출 부담

증세없는 공짜복지 없어…투표가 곧 조세정책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을 아시나요. 세금해방일이란 일년 중 며칠을 세금을 내기 위해 일했는지를 알려줍니다.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1997년 3월13일이었던 세금해방일은 지난해(2023년) 4월18일로 한달 가까이 늦어졌습니다. 1년 중 107일은 세금을 내기 위해 일했고 나머지 258일만 자신을 위해 일한 셈입니다. 일부 자산가는 세금을 피하겠다고 조세피난처로 떠나기도 합니다.

실제 작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만 25~64세 남녀 2400명을 대상으로 ‘세금 납부 시 드는 생각’을 조사한 결과, ‘국민 기본 의무이기에 전부 납부하겠다’는 답은 42.0%로 2012년 64.8% 대비 무려 22.8%포인트(p) 급증했습니다. 반면 ‘빼앗기는 기분’이라는 답은 11.0%로 2012년(6.2%) 대비 4.8%p나 늘었습니다. 10년 새 조세반감이 더 커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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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조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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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이 세금인 덴마크·핀란드, 왜 행복지수 최상위일까?

그렇다면 국민부담률(국민이 낸 세금·사회보장성기금이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는 불행할까요?

2023년 UN 발표한 행복지수 1,2위(143개국 대상)는 핀란드, 덴마크로 모두 북유럽 국가입니다. 하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덴마크 국민부담률(Total tax revenue as % of GDP)은 47.4%로 OECD 38개 회원국 중 1위고, 핀란드는 43.2%로 4위입니다. 두 국가 모두 OECD 평균(34.2%) 대비 10%p 이상 세금 부담이 큽니다.

반면 국민부담률이 OECD 최하위에서 두 번째(37위)인 콜롬비아(19.2%)는 행복지수 순위가 78위에 불과합니다. 또 세계적인 조세피난처 등도 행복지수 상위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의 국민이 불행하다면 이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29.8%로 OECD 29위, 행복지수 순위는 52위)

우리가 세금 부담을 싫어하는 이유는 공정·공평하게 과세되고 있지 않거나 혹은 낸 세금만큼 국가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는 돈 절반 가까이 국가에 납부하는 덴마크가 꾸준히 행복지수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는 이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고요.

올해 조세연 설문조사(만 25~64세 남녀 4500명 대상)에서도 ‘납부한 세금 대비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1.0%(대체로 낮다 44.7%, 매우 낮다 16.3%)가 ‘부정적’으로 답했습니다. ‘긍정적’ 대답은 8.0%에 불과했고요. 반면 납세의 수직적(소득에 따라 세 부담이 높은지) 및 수평적(경제적 능력이 비슷한 사람의 세 부담이 비슷한지) 형평성에 대해서는 부정보다는 긍정이 많았습니다. 결국 낸 만큼 국가서비스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 조세반감의 주요 원인이라고 유추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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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기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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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복지 개선됐지만…무섭게 치솟는 복지지출

다만 분명한 것은 세금이 늘어난 만큼 복지도 나아졌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4’에 따르면, 식품안정성 확보가구 비율은 2007년 89.0%에서 2021년 96.7%로 14년 새 7%p 이상 올랐습니다. 식품안정성 확보가구란 간단히 ‘가족 모두가 충분한 양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입니다. 정권 성향과 관계없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역시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사회 기초 기반시설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공공 상수도(공공 급수시설) 보급률은 2011년 97.9%에서 2022년 99.4%로 꾸준히 늘었고, 같은 기간 공공 하수도 보급률도 2010년 90.9%에서 94.8%로 증가했습니다.

이는 강화된 복지만큼 지출도 늘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따르면 교육, 보건, 사회복지 등 사회보장 필수분야 지출은 2011년 127조6000억원에서 지난해(2023년) 322조3000억원으로 10년 사이 무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전체 지출에서 사회보장 필수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3%에서 50.5%에서 크게 증가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복지지출과 이자지출을 포함한 의무지출은 크게 늘어납니다.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기준 348조2000억원 수준인 의무지출은 매년 평균 5.0% 이상 상승해 불과 3년 뒤인 2027년에는 413조5000억원으로 400조원을 넘어섭니다. 재량지출 증가율(2.0%)의 2배 이상으로 늘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큰 재정숙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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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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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없는 공짜복지 없어…투표는 곧 조세정책

많은 학자들은 복지의 비가역성, 생산인구 급감 및 고령화를 고려했을 때 향후 복지지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경제 구조개혁이 절실하단 주장이 계속 나오는 이유도 지금 경제시스템에서는 우리 사회가 감당할 비용만큼을 벌어들일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어떤 국가를 추구할 것인지도 고민할 때가 됐습니다. 중복지·중부담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고복지를 하면서 고부담을 감당할 것인지, 이것도 아니라면 저복지·저부담 국가로 남아있을지를 말입니다. 이와 더불어 공짜 복지는 없기에 복지수준을 상향한다면 그에 따른 세금 부담도 반드시 커져야 합니다. 재정대책 없는 깜짝 고복지 공약을 들이미는 정치인에 대한 경계도 필요합니다.

사실 조세는 정치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올려야 하는 근거도 내려야 하는 근거도 모두 만들 수 있습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 세법개정안에서는 그렇게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부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에는 또 내려야 한다고 했던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 조세정책에서의 입법부(국회)의 역할을 뚜렷이 하고 있습니다. 결국 투표가 곧 조세정책인 셈입니다.

다만 GDP 세계 13위인(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심각한 노인 빈곤율 등은 여전한 숙제입니다.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게 합니다. 국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이름 모를 어떤 이웃을 위해, 더 세금을 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배우 차승원씨가 한 방송에서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며 했던 말을 전합니다. “전반적으로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나를 모르는 분들, 또는 나를 아는 분들이 다 행복하고 평범해져야 저도 평범해져요. 남이 불행한데 내가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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