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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고금리에 팍팍해진 살림살이…나랏빚 이자비용 25조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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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정부가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2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전체 지출에서 이자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8년 만에 3%대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나랏빚이 대폭 늘어난 데다 고금리가 장기화된 여파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 관련 이자비용은 2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6000억원 늘었다. 국가채무에는 국고채·외평채·주택채 등이 포함됐는데 이 중 국고채 이자비용이 23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고채는 국가가 공공목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거나 국채 상환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국고채 이자 비용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기재부에서 제출받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국가채무 이자비용이 늘어난 건 팬데믹 대응을 위해 국고채 발행이 늘고 최근 금리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국고채 발행 잔액은 2019년 611조5000억원에서 2021년 843조7000억원→2022년 937조5000억원→지난해 998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4월 기준 발행 잔액은 1039조2000억원이다.



총지출 대비 국고채 이자비용, 8년 만에 3%대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정부 예산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3%) 이후 8년 만에 3%대를 넘었다. 지난해 총지출(610조6907억원) 대비 국고채 이자비용 비중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상승한 3.1%를 기록했다. 국고채 이자비용 중 총지출에 해당하지 않는 '외국환평형기금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이자 상환' 금액은 제외하고 산출한 값이다. 2020년 2.2%까지 낮아졌던 총지출 대비 국고채 이자비용 비중은 2021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2년 2.3%로 다시 늘어났고, 지난해 3%를 넘어섰다.

나랏빚이 늘어나게 되면 국가의 재정 운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는 한정돼 있는데 의무 지출에 해당하는 국가채무가 늘어날 경우 경기변동에 대응하는데 투입되는 재량지출이 줄 수 있다”며 “한마디로 정부가 경기 침체 대응할 수 있는 여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세대 간 회계를 통한 재정지속성 평가' 논문에서 현재의 재정 제도가 미래 시점에 유발할 재정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선 앞으로 창출될 부가가치(국내총생산·GDP)의 13.3%가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생애소득의 약 40%를 세금(순조세부담)으로 부담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편 정부도 재정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지출에 누수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기재부는 최근 ‘주요국의 의무·경직성 지출검토 사례’ 연구용역에 나섰다. 나라살림을 개선하기 위해 의무·경직성 지출을 절감할 여지가 있는지 들여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방교부세, 사회보험 지출, 인건비 등처럼 지출 근거와 요건이 법령에 규정돼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게 의무·경직성 지출이다.

임광현 의원은 “국가채무와 이자비용이 급증하면 재정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조세·재정 정책 전환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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