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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6 (화)

‘빚 1039조’정부 급전 …‘한은 마통’92조 끌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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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일시대출 최대



정부가 올해 상반기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이 9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당장 쓸 돈이 부족할 때 일시 대출 제도를 활용해 한은으로부터 돈을 끌어온다. 상환 기간이 짧고 수시로 빌리는 게 가능하다 보니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린다.

7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정부는 한은에서 91조6000억원을 빌렸다. 이 중 71조7000억원을 상환해 6월 말 기준 갚지 못한 잔액은 19조9000억원이다. 차입금은 상반기 기준 관련 통계가 있는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갑작스럽게 재정 지출이 늘어난 2020년 상반기(73조3000억원)는 물론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 상반기(87조2000억원)보다 더 늘었다.

정부가 상반기 ‘한은 마통’ 이용을 늘린 건 올해도 이어진 세수 결손 탓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세 수입은 15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0조2000억원)보다 9조1000억여원 줄었다. 전년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내는 법인세가 대폭 줄어든 영향이 크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세수는 부족한데 정부의 재정 지출은 상반기에 집중됐다. 정부는 약자 복지, 일자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한 해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신속 집행하기로 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고금리로 인해 내수 경기가 부진하자 재정 투입을 앞당긴 것이다.

아무리 단기 대출이라고 해도 이자는 발생한다. 올해 상반기 한은 일시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129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정부가 한은 마통을 썼다가 갚은 이자 가운데 가장 많다. 정부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돈을 한은에서 수시로 빌리게 되면서 이 돈이 시중에 풀렸을 때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 마통의 경우 실시간으로 공개되지 않다 보니 정부가 대출 형태로 돈을 빌리는 데 부담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또 하반기 세수로 상반기 한은 일시 차입금을 갚는 식의 ‘돌려막기’ 상황에서 하반기 세수마저 줄어들 경우 재정 지출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마통 의존을 높이는 배경에는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 영향도 있다. 7일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 이자비용은 24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6000억원 늘었다. 국가채무에는 국고채·외평채·주택채 등이 포함됐는데 이 중 국고채 이자비용이 23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국가채무 이자비용이 늘어난 건 팬데믹 대응을 위해 국고채 발행이 늘고 최근 금리가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고채 발행 잔액은 2019년 611조5000억원에서 2022년 937조5000억원→지난해 998조원까지 늘었다. 올해 4월 기준 발행 잔액은 1039조2000억원이다.

정부 예산에서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3%) 이후 8년 만에 3%대를 넘었다. 지난해 총지출(610조6907억원) 대비 국고채 이자비용 비중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상승한 3.1%를 기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는 한정돼 있는데 의무지출에 해당하는 국가채무가 계속 늘어날 경우 경기변동 대응에 투입되는 재량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세대 간 회계를 통한 재정지속성 평가’ 논문에서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생애소득의 약 40%를 세금(순조세부담)으로 내야 할 것으로 계산했다.

정진호·이우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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