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저기압-장마전선 빈번히 겹쳐
돌발성 호우 내렸다 그치기 반복
난류 약화된 밤에 폭우 쏟아지기도
“변동성 큰 날씨… 수시로 확인을”
우산 대신 겉옷으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자 한 시민이 옷을 뒤집어쓰고 걷고 있다. 이번 장마는 지역에 따라 돌발성 호우가 내렸다가 그치는 일이 반복돼 ‘홍길동 장마’란 말이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장마는 최소 1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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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야외 운동 약속을 취소했는데 막상 당일에 비가 안 와 허탈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37)는 “이번 장마철에는 기상청 예보를 봐도 날씨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중후반에 접어든 올해 장마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홍길동 장마’라는 말이 나온다.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머무는 지역에서도 비구름이 생겼다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돌발성 호우가 내렸다 그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낮에 화창하다 밤에 폭우가 쏟아지는 ‘야행성 폭우’가 반복된다는 점도 이번 장마의 특징으로 꼽힌다.
● 올해 장마, 기상청도 예측 어려워
올 장마가 유난히 변덕스러운 건 중국 쪽에서 발생한 저기압과 장마전선이 겹치는 현상이 과거보다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기압이 장마전선을 끌어올리면서 폭우가 발생하고 이후 저기압이 동해 쪽으로 빠져나가면 폭염이 나타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이동하며 넓게 자리한 채 비를 고루 뿌리던 ‘한국형 장마’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불규칙한 저기압이 채우면서 기상청도 예측이 어려워졌다. 기상청 김영준 예보분석관은 “저기압 발달 정도와 진로 방향에 따라 매우 좁은 구역에 강수가 집중되는 게 올 장마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6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프로야구 올스타전도 직전까지 장맛비가 예고돼 있다가 당일 오후에야 강수 확률이 사라졌다. 시민들 사이에선 “비가 내린다고 해 외출·행사를 취소했는데 날씨가 화창했다”며 기상청을 대상으로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올해 장마철에는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권역별 예보 대신 동네별 예보로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대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반복되는 야행성 폭우도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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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어두워진 후에 폭우가 쏟아지는 ‘야행성 폭우’가 반복된다는 점도 이번 장마의 특징 중 하나다. 4일의 경우 장맛비가 중부 지방에서 시작해 다음 날 아침까지 전국 곳곳에 많은 비를 뿌리다 그쳤고, 6일에는 서울 지역에서 밤부터 돌풍을 동반한 거센 비가 몇 차례 내렸지만 날이 밝자 장맛비도 멈췄다.
야행성 폭우의 원인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뜨겁고 습한 바람인 ‘하층제트기류’다. 낮에는 지상의 기온이 오르며 하층 공기가 상승하는 난류가 발생하는데 이 난류가 하층제트기류의 내륙 도달을 막는다. 반대로 밤에는 지상 기온이 낮아지면서 난류가 약화되는데 이때 하층제트기류가 내륙까지 진입하며 폭우가 쏟아지게 된다.
이번 주에도 지역별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 양상이 반복될 전망이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서울 등 수도권과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0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강원 일부와 충남 서해안 등에도 최대 100mm의 장맛비가 예고돼 있다. 반면 남부 지방은 전라권 5∼60mm, 경상권 5∼60mm, 제주 5∼10mm 등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내린다. 기상청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과 영국 통합모델(UM), 유럽 중기예보센터모델(ECMWF)의 정체전선 이동 경로에 차이가 큰 상황”이라며 “변동성이 큰 날씨가 당분간 반복되면서 이번 장마는 최소 17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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