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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검사 탄핵 기권’ 곽상언에 쏟아진 원색 비난···‘소신파’ 사라진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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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10 총선을 한달여 앞둔 지난 3월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시 서울 종로에 출마한 곽상언 변호사(현 민주당 의원)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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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회유 의혹을 받는 검사의 탄핵소추안을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하는 표결에서 기권표를 행사한 데 대해 이재명 전 대표 측근과 강성 지지층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지자의 비난 수위가 도를 넘으면서 소수 의견이 용납되지 않는 민주당의 현 상태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의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마을’에는 8일 ‘곽상언 의원님, 장인께서 왜 부엉이바위에 올라가셨는지 곱씹으며 의원 활동을 하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네 장인이 검사들한테 시달리다가 그리된 것을 모르느냐”며 “욕도 아깝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선봉장이 되지는 못할망정 뭐 하는 짓이냐”고 적었다. 민주당 온라인 당원 게시판 ‘블루웨이브’ 등에서도 “곽 의원을 징계하라” “노무현 사위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수박(비이재명계 의원에 대한 멸칭) 카르텔이다” 등의 주장이 이어졌다.

곽 의원에 대한 강성 지지자들의 비판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곽 의원이 지난 2일 민주당이 ‘비위 검사’로 규정한 현직 검사 4명 중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투표에 기권한 게 계기가 됐다. 곽 의원은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추후 법사위 탄핵 조사를 통해 탄핵 사유가 충분히 밝혀지면 최종 표결에서도 마땅히 찬성으로 표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태는 특히 8월 전당대회와 맞물려 확산하고 있다. 강성 당원들의 요구에 ‘당원 중심 정당’을 주장하는 최고위원 후보들이 호응하는 형식이다.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지호 상근 부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곽상언 국회의원님에게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진술 조작 범죄 의혹이 있는 당사자의 탄핵안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전현희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에 출마하며 곽 의원에 대해 “당의 일원으로서 당이 숙고를 통해 만들어낸 과정과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전 의원은 검사탄핵안 처리 당시 본회의에 불참했다는 소문이 당원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SNS에 투표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도부도 대응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곽 의원과 관련해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한 것은 없다”면서도 “당 지도부가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거나 어떤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곽 의원과) 만나서 대화를 좀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징계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실망한 분들이 많으니 유감이나 사과 정도는 표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당내 의견은 엇갈렸다. 한 초선 의원은 “당론으로 정한 사안인데 뒤늦게 ‘개인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유롭게 이견을 개진하라고는 하지만 작정하고 밀어붙이는 안건에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막말에 가까운 비난이 쏟아지는 건 우려할 일”이라며 “당에도 좋지 않은 일이다. 우리도 안 되는데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 국민의힘 측에 소신투표하라고 어떻게 설득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주요 국면마다 이 전 대표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을 견제하는 이른바 ‘수박 색출’ 작업을 지속해 왔다.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지난 5월 국회의장 선거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에도 일부 의원들이 수박 낙인을 피하고자 SNS에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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