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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주한 러 대사, 한러관계 날씨 빗대 "햇빛 많아지길…우호 믿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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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조약 행사' 마친 후 기자들 만나…"尹 발언, 코멘트 어려워"

"한러 긍정 배경 만들려 노력…언젠간 러 행동 객관적으로 볼 것"

뉴스1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조치되고 있다. 2024.6.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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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김예슬 정지윤 기자 =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8일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 대해 "안정선을 유지하고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조-러 수호통상조약 체결 14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한러관계가 언제 다시 맑아진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러시아에는 '계획은 사람이 하고 실현은 신이 한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무엇을 계획하든 하나님의 뜻대로 전개된다는 그런 뜻"이라며 "오늘과 같은 행사를 하면서 한러관계에서도 보다 긍정적 배경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할까 한다"고 말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여전히 우호 관계가 있다고 보나'라는 물음에도 "그런 믿음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행사를 할 리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평양에서 만나 군사동맹 수준의 조약을 맺은 뒤 한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태에서 열려 주목됐다.

특히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로이터 통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향후 (러시아와) 한국과의 관계는 러시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측과 북측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지 현명하게 결정하길 바란다"고 발언한 것으로 공개돼 양국 긴장 수위가 더 고조됐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오늘 전시를 준비하느라 그 내용을 직접 읽어보지 못했다. 모르는 상태라 코멘트를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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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8일 서울 중구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조-러 수호통상조약 체결 140주년 기념 전시회' 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7.8/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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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날씨에 빗대 한러관계가 개선되길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양국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면서도 "외교관들은 날씨에 대한 얘기를 좋아한다"며 "(지금 한국은) 날씨가 덥고 습하고 흐리다"고 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이 문장은 한국어로 말했다.

그는 이어 "곧 계획대로 휴가를 갔다 오는데 습도가 조금 떨어지고 날씨가 조금 맑아지기를 바란다. 햇빛이 많아지기를 바란다"며 "날씨가 좋은 날에 언론과 다시 얘기를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거듭 '한국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를 안보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보고 나토 등과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하는데, 이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도 "오늘은 인도주의적인 분야의 행사를 하는 날인 만큼 굳이 정치적인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지노비예프 대사는 이날 행사 환영사를 통해 "일제강점기 동안 식민 정권은 러시아의 활동과 정책을 폄하하고 왜곡하며, 러시아에 누명을 씌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또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우리는 러시아를 폄하하고 러시아의 행동을 왜곡하려는 시도를 목격하고 있다"며 "저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사건들처럼 역사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이와 관련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러시아에 대한 이야기들이 왜곡된다는 말은 아니다"고 했다. 또 "언젠가는 과거와 현재의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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