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연루범죄 빈발…내무장관 "사람들 보호하겠다 했는데 죽여 고통스럽다"
필리핀 전직 경찰관들, 외국인 등 2명 살해 혐의로 체포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경찰관이 연루된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필리핀에서 이번에는 이스라엘인과 필리핀인 남녀 2명을 살해한 용의자가 전직 경찰관들로 밝혀졌다.
9일(현지시간) 필리핀스타·인콰이어러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 당국은 용의자 7명 중 마이클 구이양, 로멀 아부소 등 전직 경찰관 2명을 포함한 용의자 5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나머지 2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용의자들은 지난달 21일 필리핀 북부 루손섬 타를라크주에서 37세 이스라엘인 남성과 27세 필리핀인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주모자인 구이양은 피살된 여성에게 타를라크주에 있는 자신의 땅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렸다가 이를 갚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여성이 땅 소유권을 자신에게 이전하려고 하자 땅을 살 사람이 나타났다고 속여 그 여성과 남자친구인 이스라엘인 남성을 유인한 뒤 아부소와 함께 총기로 두 사람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희생된 남녀가 타고 온 차는 불에 탄 채 발견됐다.
전직 경찰관이 주요 용의자로 밝혀지자 벤허 아발로스 내무장관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들(피의자들)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 보수를 받았던 이들이라는 점이 고통스럽다"면서 "그들은 사람들을 보호하겠다고 서약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발로스 장관은 "하지만 우리 경찰관의 99%는 공공을 위해 생명을 희생하는 영웅"이라면서 "불량배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서는 전·현직 경찰관이 관련된 납치, 살인 등 강력 사건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경찰관 4명이 가담한 일당이 중국인 3명과 말레이시아인 1명 등 관광객 4명을 납치했다가 몸값을 받고 풀어줬다.
경찰은 이들 경찰관 4명을 붙잡아 납치·강도·차량 탈취 등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2016년에는 앙헬레스시에서 현직 경찰관들이 한인 사업가 지익주씨(당시 53세)를 납치, 살해했다가 주범들이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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