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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시위와 파업

[사설] 국민 세금까지 지원해준 대표 기업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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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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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받은 감세 혜택 6.7조원으로 압도적인 1위





여야도 반도체 지원 경쟁…무거운 책임감 느껴주길



196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삼성전자에서 파업 사태가 벌어졌다.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엊그제 사흘간의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삼노는 합리적인 임금 인상과 성과급의 투명한 개선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총파업의 목적을 “반도체 생산 차질”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당장은 생산 차질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15일부터 2차 파업이 예고돼 있고 조합원 대다수가 반도체(DS) 부문 소속이어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사업장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멈추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삼성전자 노조도 다른 노조와 마찬가지로 파업할 권리는 있다. 임금 협상과 단체 협상은 노사의 자율적 협상에 맡기는 게 우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업을 지켜보는 심경은 편하지 않다. 장맛비 속에 대규모 집회를 열고 현장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 ‘파운드리 클린 라인이 멈췄다’ 등의 문구가 뜨자 조합원들은 환호했다.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특성을 고려하면 노조의 이런 모습은 거의 ‘누워서 침 뱉기’ 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 기업이다. 시가총액은 522조원(8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22.3%를 차지한다. 무려 25년간 1위 자리다. 경제성장률이나 수출·세수 등의 경제지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노사는 연봉 인상률 5.1%(회사)와 6.5%(노조)를 놓고 싸우고 있다. 모처럼 돌아온 반도체 경기 회복기를 노사 갈등에 휘둘려 허비하지는 말아야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연봉은 1억3500만원이다. 귀족 노조도 파업할 수 있다.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진 아니어도 대한민국 1등 기업 직원답게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지 말라고 정부가 준 감세 혜택을 삼성전자는 몰아서 받았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받은 세금 감면액은 6조7068억원으로 압도적 1위다. K칩스법에 따른 국가전략기술 공제 확대, 해외 자회사 배당금 비과세, 임시투자세액공제 재도입 등의 파격적 감세가 이어졌다. 정부는 올해에도 17조원의 저리 대출과 도로·용수·전력 등의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여야 정치권은 정부보다 더 센 지원법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정부가 주저하는 보조금 지급까지 포함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받은 감세 혜택과 앞으로 예상되는 추가 지원은 모두 이 기업을 응원해 온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아무리 민간 기업의 파업이라지만 대기업임에도 삼성전자에 세금을 흔쾌히 지원해 온 국민의 깊은 뜻을 잘 헤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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