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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간첩단' 사건 피해자, 55년 만에 누명 벗어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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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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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의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일명 '유럽간첩단 조작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김신근씨에게 55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던 김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럽간첩단 사건은 외국 유학 중 동베를린(동백림)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1969년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김씨는 학업을 위해 귀국했다가 변을 당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기록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중앙정보부 직원 3명에게 체포영장이나 연행 사유를 고지받지 못한 채 연행당한 뒤 8일간 구금당했다가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도 가족을 만나지 못했다.

김씨의 재심을 맡았던 서울고법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피고인이 불법구금, 고문 등 가혹행위로 말미암아 중정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후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원심과 재심 개시 전 당심 법정에서도 계속됐다"며 "피고인의 법정 진술 역시 임의성 없는 자백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유럽간첩단 사건 피해자인 고(故) 박노수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고 김규남 당시 민주공화당 의원, 김판수 씨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유학생이었던 박 교수, 박 교수의 대학 동창인 김 의원은 1970년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재심을 청구했지만 1972년 형이 집행되면서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

박 교수와 김 의원은 대법원의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45년 만에야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이들과 함께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김판수 씨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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