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앤드루 멜론 오디토리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75주년 기념식 연설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
미국 대선 첫 TV토론 참패 이후 커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론이 일단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민주당 상·하원의원들의 9일(현지시간) 연쇄 회동은 집단적인 사퇴 요구로까지 번지지 않았다. 이날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등 앞으로의 공개 일정이 사퇴론 재확산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 민주당이 이날 오전 연 비공개 의원총회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론에 대해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종료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고령, 인지력, 재선 가능성에 대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지금은 바이든 대통령을 후보에서 밀어내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간부회의에서 후보 사퇴를 촉구했던 제리 내들러 의원은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 것이며 우리 모두 그를 지지해야 한다”며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상원 오찬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우려에도 그를 후보로 계속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거듭 “나는 조와 함께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후보 사퇴론이 완전히 봉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원들이 집단적 사퇴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확신을 회복해서라기보다는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시점과 행정적 절차 등 현실적 한계를 고려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CNN은 “바이든의 대선 캠페인이 시간을 벌었지만 그의 역량은 매일 매일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 9~11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주는 일거수일투족이 혹독한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정상회의 폐막일인 11일 단독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 내용과 자세, 목소리, 표정, 제스처 등에 따라 토론 이후 불거진 인지력 논란의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재임 시절 나토 탈퇴까지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나토의 입지 약화를 우려하는 유럽 정상들을 안심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국가들에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의 접촉을 늘리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과 독일·네덜란드·루마니아·이탈리아 등이 우크라이나에 전략 방공무기체계 5기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완전 정복하겠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푸틴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견제구도 날렸다. 그는 “미국인들의 압도적·초당적 다수는 나토가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여러분이 위협받으면 우리도 위협받고 여러분이 평화롭지 않으면 우리도 평화로울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해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은 “신성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힘 있는 목소리”로 “거의 실수 없이” 연설을 마친 것에 주목했다.
한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나토방위산업포럼 연설에서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된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과 우크라이나, 인공지능(AI), 허위 정보, 사이버 안보 등 4개 분야의 공동 프로젝트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재검토 결정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의 자기방어 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따뜻한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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