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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원전 확대法 서명…AI 전력수요, 석탄발전 감축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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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소 확대 방침을 담은 법안에 9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전력 먹는 하마’로 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의 확충에 따른 발전 수요는 물론 주요 7개국(G7)이 합의한 ‘2035년 석탄화력발전 전면 중단’ 로드맵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한국도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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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아빌라 해변의 디아블로캐년 원자력발전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의 마지막 원전이 이곳의 가동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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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신규 원전 허가를 위한 절차를 가속하고, 허가에 필요한 수수료를 경감하는 내용을 담은 ‘청정 에너지를 위한 다목적 첨단 원자력 배치 가속화 법안(ADVANCE Act)’에 서명했다. 앞으로 미국 내 원전 건설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과 건설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 대선을 넉 달여 앞둔 상황이지만, 해당 법안이 상·하원에서 여야의 공감대 속에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된 만큼 정권 변화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안을 주도한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프랭크 팰론 주니어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원자력은 무탄소 전력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제 우리 원자력산업이 미국의 에너지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틀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이어 “더러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고 경제안보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석탄 둘 다 잡겠다는 바이든 정부



바이든 행정부는 원전 확대로 ‘두 마리 토끼’(AI 전력 수요, 석탄화력발전 감축)를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생성형 AI의 발달이 전력 공급량을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특히 SMR이 주목받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보다 소규모로 안전성이 높고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하지 않는 구조(냉각수 내부순환 밀폐형)여서 데이터센터 인근에 조성하기 수월한 측면이 있다. 최근 들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투자 붐이 일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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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소형모듈원전) 개발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수력원자력]


지난 4월 G7이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퇴출하기로 합의한 것도 미국으로선 큰 부담이다. 미국은 G7 국가 중 최대 석탄 소비국이다. 지난해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의 약 8.5%를 차지했을 정도로 소비력이 막대하다.

석탄화력이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2021년 기준)도 일본(29%), 독일(25%)에 이어 16%로 높은 편이다. 나머지 G7 회원국인 프랑스(1% 미만), 영국(1.1%), 이탈리아(4.9%), 캐나다(5.6%)와 사정이 다르다. 결국 석탄 소비 상위 3개국은 2035년까지 석탄화력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체 화석연료로 꼽히는 천연가스의 미국 내 생산 역시 줄이겠다는 입장이어서 원전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이와 반대로 셰일 에너지(석유·천연가스) 생산을 확대하면서 원전 확충의 규모나 속도는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방폐장 건설도 넘어야 할 산



원전 확대에 따른 사회적 갈등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탄소 배출 문제로 미국 환경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원전 찬성’ 의견이 나오곤 있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 문제만큼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현재도 미 전역의 76개 원자로 부지 내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임시 보관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1987년 네바다주(州)의 사막 지대인 유카마운튼에 방폐장을 건설하려 했으나 인근 주민과 지역 정치인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최근까지도 검토만 하다가 보류됐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방폐장 유치를 위해 1600만 달러(약 222억원) 규모의 교육 자금을 유인책으로 내세우며 후보지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원전 증설은 이런 문제를 내포한 시한폭탄”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쟁에 발목잡힌 한국의 방폐장



한국의 사정은 미국보다 더 심각하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체 발전량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32.5%(2022년 기준)에 이른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 비중을 20% 이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지만, 마땅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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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2월 24일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이 울진원전의 방폐물을 처음으로 방폐장 내 인수저장시설에 반입하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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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증설에 필수적인 방폐장 역시 30년 넘게 후보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 방폐장 건설을 위한 특별법 법안조차 지난 국회에서 여야의 정쟁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이와 관련, 전문가 사이에선 “정부가 미국의 동향을 잘 살피면서 추가 원전 건설 추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치권도 미 의회가 자국의 원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고 반성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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