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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흉기난동’ 최원종 재판 나온 유족들, 법정서 “사형 선고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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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해 8월10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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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의 사상자가 나온 ‘서현동 흉기난동 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최원종(23)의 항소심 마지막 재판에서,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최원종은 “국정원과 신천지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도·감청하고 있는 거 같다”거나 “14명 사상자 전부 스토킹 조직원이라고 생각했다”며 상식적이지 않은 진술을 거듭했다.

수원고법 형사 2-1부(재판장 김민기)는 10일 오후 최원종의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최원종은 황토색 수의를 입고, 검정색 뿔테 안경과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해 유가족들에 대한 의견 진술이 진행됐다. 법정에 나온 피해자 고 이희남(사건 당시 65세)씨의 남편은 증인석에 앉아 미리 준비해 온 A4용지 4장 분량의 진술서를 목 맨 소리로 읽어나갔다.

그는 “제 아내는 대학교 때 만난 첫사랑이다. 아내가 세상에 없어 말할 수 없는 만큼 힘들고 슬프다”며 “아내는 걸어가다가 순간적으로 영문도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 집을 나선 지 5분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지켜주지 못해 한이 된다. 충격으로 귀가 잘 안 들린다”며 “8월 3일 아내가 피를 흘리며 의식불명 상태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면 가슴이 찢어진다. 행복한 우리 집이 한순간에 풍비박산 났다.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은 잔인한 테러고, 살인자는 지금까지 죄책감도 없이 병이 있어서 그랬다는 변명만 하고 감형을 위한 노력만 하지 진정한 사과 한 번 없었다”면서 “죄 없고 선량한 무고한 사람들이 원통하게 희생되는 계획적인 살인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 사형이라는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해 안전한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피해자 고 김혜빈(사건 당시 20세)씨의 어머니는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 프린팅 된 티셔츠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그는 “어제인 7월 9일은 혜빈이의 스물 한 번째 생일이었다”며 “2023년 8월 3일 이후 혜빈이가 우리와 함께 살지 못했으니 여전히 스무 살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혜빈이가 죽었다. 사고도, 병으로도 죽은 게 아니고 피고인 최원종에 의해 비참하게 죽임 당했다”면서 “최원종은 살아있고, 혜빈이는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며 산다는 게, 조각칼로 심장을 도려내는 거처럼 마음 아프다”고 했다. 그는 “살인자 최원종이 사형받길 원한다”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최원종의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이 아니라, 14명의 피해자가 돼야 한다”며 오열했다. 유족들이 진술하는 동안 방청석은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최원종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손가락을 만지는 등 태연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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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김혜빈씨의 영정이 걸려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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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해자 입장에선 힘드실텐데 굳이 법원에서 진술할 기회를 드렸던 건, 피해자들의 아픔을 재판기록에 남겨놓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라며 “재판부에서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진 최원종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최원종은 “스토킹 조직에게 집단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나도 스토커로 보이느냐”고 했고, 최원종은 “네”라고 했다.

검찰은 “스토커를 구별도 못 하면서 무작위로 차를 몰고, 칼을 휘둘렀다”며 “무고한 사람들 죽여놓고 조직 스토커라고 하는데, 사람 두 번 죽이는거다. 정신병이 있는 거처럼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재판부 역시 “차로 누군가를 특정해서 친 거라거나, 칼로 누구를 특정해서 찌른 게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찌른 거냐”며 “모두 다 스토커 조직원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어떤 점을 사죄하고 반성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원종은 “당시 무고한 피해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고려 안 했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라고 했다.

이날 검찰은 “검사와 유족, 사회, 모든 여론의 의견과 같이 원심에서 구형한 사형을 선고해주시기 바란다”며 “재판부에서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공소사실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피고인 가족 모두 깊이 반성한다. 사형을 원하는 마음도 이해한다”면서도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건 명백하다. 살인 예비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또 “피고인 스스로 밝힌 바처럼 처벌을 받고자 하지만 법에 정해진 것처럼 형평을 위해 (심신미약으로)감경해달라”면서 “검찰이 치료감호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건, 정신병 환자를 유기하는 것”이라며 치료감호 청구를 요청했다.

최원종은 마지막 진술에서 “국정원과 신천지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도·감청하고 있는 거 같다”며 “피해자 유가족분들께 용서를 구하고 싶다. 죄송하다”고 하며 방청석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선고는 다음달 20일 오후 2시 진행된다.

[수원=김수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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