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이든 큰 손실이 발생하면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타격을 주게 마련이다. 주주, 지역사회, 하청기업 등에 폭넓게 파문이 번지는 것이다. 근로자도 예외가 아니다. 성과급 등에 직격탄을 맞는다. 전삼노는 그런데도 그 길로 달려간다. 공멸의 길이다. 조합원 지지를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삼노 조합원은 현재 3만1000여 명이다. 1차 파업 첫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3000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은 약 12만5000명이다. 상대적으로 소수에 그치고 평균 연봉이 1억2000만 원에 이르는 이들이 ‘올해 임금 인상률 5.1%’에 만족할 수 없다면서 모든 이해관계자 목에 비수를 들이대는 형세다. 삼성전자의 위상으로 미루어 국가와 국민에게도 비수를 들이댄 것이나 진배없다. 근면과 자조, 헌신으로 일어선 대한민국이 어느새 이런 생떼가 통하는 나라가 됐다.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런 기업이 됐다. 이런 변질, 이런 퇴행이 따로 없다.
삼성전자는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생산 라인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파업 장기화는 다른 얘기다. 전삼노 조합원 대부분이 DS(반도체)부문 근로자다. DS부문 직원 약 7만 명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 중이다. 반도체 공장은 순간 정전에도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 한번 멈추면 정상화까지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이 투입된다. 앞서 2018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 28분간 정전이 발생했을 때 피해 금액은 500억 원 수준에 달했다. 앞으로 또 어떤 파국적 드라마가 써질지 알 길이 없다. 답답하고 참담하다.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고객사 이탈 등 잠재 리스크도 심각하다. 지난해까지 혹독한 시기를 겪은 반도체는 모처럼 인공지능(AI) 열풍을 맞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표기업이 ‘생산 차질’ 어깃장에 발목이 잡히면 게도 구럭도 다 잃게 마련이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세계적 경쟁 국면에 노조발 생산 차질 우려가 있는 기업과 흔쾌히 거래할 고객사를 어디서 찾겠나.
전삼노 폭주는 수수께끼투성이다. 총파업 요구안인 임금 기본 인상률(3.5%)은 협의회 합의안(3.0%)과 큰 차이가 없다. 대화를 통한 해결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런데도 폭주를 거듭한다. ‘무노동 무임금’을 외친 전삼노가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라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강자 TSMC는 그제 뉴욕 증시에서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찍었다. 삼성전자의 2배가 넘는다. 불과 몇 년 만에 벌어진 격차다. 이대로라면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전삼노는 진정 공멸을 원하는지 자문해야 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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