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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 (수)

현찰 두둑이 챙기고 웃돈 되팔이?…'배민'의 해외 모기업, 처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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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배민의 배신⑤]

[편집자주] 국민 앱 '배달의민족'이 달라졌다.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주인으로 나선 지 4년여 만에 이익 실현을 본격화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자영업자의 상생 등 배민의 철학은 희미해졌다. 대신 수수료 인상으로 상생과 소비자 물가에 '적신호'를 켰다. 이윤 추구는 기업의 본질이라지만, 배민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DH 행보의 배경을 살펴본다.

머니투데이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음식점주 대상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 가운데 독일 모기업 'DH'(딜리버리히어로)의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DH의 사정이 나빠 사실상 유일한 '캐시카우'인 우아한형제들에서 최대한 현금을 끌어모은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선 충분한 이익 실현 뒤 '몸값'이 비쌀 때 재매각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마저 거론된다.

13일 우아한형제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DH는 2019년 인수 후 처음으로 지난해 4월 4127억3205만원의 중간배당금을 챙겼다. 인수금액이 4조7500억원에 달하는 터라 이익 실현은 필요하지만, 2022년 처음으로 영업손실에서 벗어난 우아한형제들로선 거액 배당이 반갑지만은 않다. 업계에선 앞으로 배당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징후는 최근 곳곳에서 감지됐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배달(배민1플러스) 중개이용료율을 기존 주문 금액의 6.8%에서 9.8%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의 이익 규모를 늘려 배당 여력을 높이려는 DH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 이국환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사임도 수수료 정책을 둘러싼 DH와의 갈등 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DH는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는 데다, 최근 반독점법 위반으로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4억유로(약 5976억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실탄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자회사가 적자다. 반면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9%, 65.0% 증가한 3조4155억원, 6999억원이다. 경이로운 성적이지만 DH에 매년 거액 배당을 제공하면 미래 투자 여력이 상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DH가 배민을 되팔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금 당장의 매각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 배당금 명목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뒤 매각해 추가 이익을 실현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앞서 DH는 올해 5월 대만 사업부인 '푸드판다'를 우버 테크놀로지에에 매각해 현금을 창출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9억5000만달러(약 1조3055억원)였다.

특히 국내 독보적인 '배달앱 1위' 배민은 여전히 군침을 흘릴만한 대어다. '무료 배달'로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제치고 배민을 맹추격하고 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1위는 배민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앱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배민이 2213만명, 쿠팡이츠가 733만명, 요기요가 555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이 최근 중개이용료율 3%포인트(p)를 올렸지만 시장 점유율이 크게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쿠팡 천하'인 플랫폼 업계에서 꿋꿋이 1위를 지키는 배민은 한국을 포함한 유통 대기업에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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