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변인 “바이든은 친러 후보” 농담
‘인지력 부족 지도자 미군 통제 위험’ 걱정
트럼프 재집권하면 어떻게 될지 러도 ‘불안’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 러시아 외교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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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바이든이 저지른 말실수에 대해 크레믈궁은 “그저 실언일 뿐”이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푸틴의 핵심 측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전 세계가 이 사건에 얼마나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우리도 잘 안다”며 “다만 이는 미국 국내의 화젯거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바이든이 푸틴을 겨냥해 내뱉은 ‘살인에 미친 X’(murderous madman) 등 다른 거친 발언들을 거론한 뒤 “우리로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의 국가원수답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크레믈궁의 상대적으로 점잖은 대응과 달리 외교부 내부에선 조롱 섞인 언사가 나왔다. 마리아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을 “크레믈궁의 손에 의해 통제되는 친(親)러시아 후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악명 높은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설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이 성공해 바이든이 러시아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얼마나 친러시아적이면 젤렌스키를 푸틴으로 착각했겠느냐는 것인데, 바이든과 미국 정치인들에게 모욕을 안기기 위한 악의적 농담이라고 하겠다.
정작 미국에 비판적인 러시아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미국이 보유한 세계 최강의 군대가 인지력이 부족한 지도자에 의해 통제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취지에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전락했다. 쿠바 위기 당시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은 핵전쟁 직전까지 갔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미국 정상이 이성을 잃고 쿠바 위기와 유사한 사태로 치닫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두 사람이 2017년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에이펙(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대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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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은 바이든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더 가까운 관계이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바이든이 승리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내가 집권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푸틴은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는 트럼프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가 어떻게 해서 전쟁을 끝낼 작정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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