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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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관련 사건이 벌어진 직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대통령실은 당일 “어떠한 형태의 정치 폭력도 강력 규탄한다”며 “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같은 날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시도가 가장 큰 화제였다고 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내부 회의 대부분의 대화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들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핵심 참모는 “변수가 남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관심을 갖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러 이유 중에 윤 대통령과 트럼프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깊은 신뢰 관계도 작용한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북서대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한 나라는 40여개 참석국 중 한국과 영국, 우크라이나뿐이었다. 영국은 총리가 바뀌었고,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인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 변경 없이 만난 정상은 윤 대통령이 유일했다. 두 정상은 11일(현지시간) 만남에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 역시 나토회의 기간 백악관이 발표한 유일한 양자 성명이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야외 유세 중 총격을 받고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대에서 내려가며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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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선을 치르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일정이 워낙 빡빡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의 시간을 내 윤 대통령에게 “언제나 함께하겠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두 정상 간의 돈독한 신뢰가 알려지며 다른 나라 정상이 바이든 대통령에 할 민원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신뢰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미국에서 한·미 동맹은 진영을 넘어서는 이슈라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당선과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을 거부(declined to comment)”했다. 대신 “한·미 동맹은 지난 70여 년 미국 내에서도 초당적인 지지 기반을 확고히 해 왔고, 앞으로도 굳건하게 유지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지난해 4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 국빈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르는 노래에 호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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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14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트럼프 진영 인사들도 우리 측에 한·미 동맹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는 더 강화할 것이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외교부에서 다양한 접촉 경로로 민주당과 공화당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다”며 “국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시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 성명’에 토대가 된 한·미 워싱턴 선언과 지난해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 등이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여겨져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이를 이어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동맹을 포함해 모든 것을 거래의 대상으로 본다”며 “주한미군 철수부터 한·미 연합훈련 축소, 우리의 자체 핵무장까지 모든 가능성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도 “2016년 미 대선 당시만 해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공화당 캠프에 접촉하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며 “지금은 무한 경쟁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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