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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2 (목)

[영상] 개식용 종식 다음은 닭?…삼계탕용 닭들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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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고온다습하고 불결한 환경에서 키워지는 닭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깃털을 갖추지 못한 채 붉은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동물해방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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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초복. 동물단체가 지난 15일 오전 보신각 앞에서 복날 비윤리적으로 죽음을 맞이한 닭과 병아리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었다. 습도가 높진 않았지만, 햇볕은 매우 뜨겁게 내리쬈다. 더운 날씨임에도 집회 현장에 모인 시민 활동가들은 치킨이나 삼계탕으로 소비되기 위해 도살된 닭을 애도하고 윤리적인 복달임 문화 확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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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미(삼계)를 아시나요?

이날 ‘동물해방물결’과 ‘동물을 위한 마지막 희망’(LCA)이 발표한 ‘복날 삼계탕의 진실: 교잡된 병아리들의 참혹한 삶’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삼계탕 시장 규모는 여름철 보양식 수요 증가와 편의식품 시장 확대, 개고기 소비 감소 등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6월 국내 한 외식업체 설문조사에서도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복날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선호한다고 답한 바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 ‘닭 도축실적’을 보면 초복과 중복이 있는 7월에는 삼계 도축량이 월평균 1483만 마리에서 2922만 마리로 두 배 가량 증가한다. 삼계를 포함한 육계 전체로 따지면 7월 한 달간 식용으로 도살되는 닭은 1억3690만마리에 달한다.

단체는 특히 삼계탕에 이용되는 닭 ‘백세미’에 주목했다. 백세미는 ‘삼계’라고도 불리고 우리가 치킨이나 닭가슴살로 소비하는 육계와는 다른 품종이다. 삼계는 육계를 부계로 산란계를 모계로 삼아 만들어진 품종이다. 백세미는 태어난 지 한 달여 만에 출하체중(800~850g)에 적합하게 성장해 사육비용이 적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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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대상이 된 농장 3곳에서 닭들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높은 밀도로 사육되고 있었다. 동물해방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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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생충 발견에 동종포식까지

이번 보고서는 삼계탕에 이용되는 백세미를 사육하는 국내 농장 3곳을 잠입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다. 단테들은 이번 보고서를 위해 국내 대표 삼계탕 제조업체들과 위탁 계약을 맺은 농가 3곳(충청·전라도 소재)을 3~6월까지 3달 동안 조사했다.

조사 결과 닭들은 농장에서 사육되고 도축장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고통과 학대를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이 된 농장 3곳에서 닭들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높은 밀도로 사육되고 있었다. 주요 조사 대상지였던 A농장에서는 2만여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었는데, 생후 1~4주간 키워지는 닭들은 몸집이 커질수록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극도로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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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지 대상인 A농장과 B농장에서는 외부기생충인 외미거저거리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동물해방물결


허약한 개체는 먹이과 음수대에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좁았다. 단체들이 닭의 밀집도를 계산한 결과 4주령 닭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은 고작 0.02㎡에 불과했다. 이는 닭들을 닭장 안에 일렬로 빽빽하게 세우는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 면적(0.075㎡)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면적이다. A농장과 또 다른 조사지인 B농장에서는 외부기생충인 외미거저거리가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육 환경은 닭들에게 여러 질병을 불러왔다. 고온다습하고 불결한 환경에서 키워지는 닭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깃털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병아리 시절 솜털이 떨어지고 새로운 깃털이 자라야 할 곳은 붉은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생명에 치명적인 ‘발바닥 피부염’을 앍기도 했다. 이러한 증상은 과밀 사육 환경에서 고온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영양이 부족한 탓에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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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 이동 과정에서도 닭들이 학대 받기도 했다. 작업자는 한 손에 닭 여러 마리를 마구잡이로 쥐어서 상처 입혔다. 동물해방물결


◆시민 반응은 글쎄

추모를 마친 단체는 오후 12시30분쯤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보신각을 시작으로 종로젊음의거리, 청계북로, 무교동사거리, 청계남로, 세종대로사거리 등을 거쳐 보신각으로 돌아오는 경로였다. 현수막과 깃발, 피켓을 든 시민 활동가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피켓에는 ‘닭은 고기가 아닌 지각이 있는 생명’, ‘닭을 죽이지 않는 복날을’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단체는 행진 도중 프랜차이즈 치킨 매장 앞에서 시민 발언도 진행했다. 거리 행진 경로에는 닭갈비와 삼계탕 식당도 있었다. 15년 간 채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한 시민 활동가는 “제가 누군가에게 닭을 먹지 못하게 할 권리는 없다”면서 “그럼에도 비윤리적으로 제품처럼 취급되는 (닭 사육의) 잘못된 행태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미디어에서 나오는 치킨 광고에는 유명인들이 나와서 유쾌하고 좋은 점만 부각 시킨다”며 “그 닭들이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 불합리하고 비인도적인, 불결한 과정을 거치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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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 활동가가 프렌차이즈 치킨 매장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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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닭 식용 반대 운동’으로만 알고 있던 시민 반응은 냉담했다. 거리에서는 점심시간 바쁘게 거닐던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눈에 들어왔다. 행진을 본 이들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면서 “닭을 안 먹을 순 없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닭을 안 먹는 건 어려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 종로에서 30년 넘게 구두 수선실을 운영 중인 60대 이모씨도 ‘닭 식용 금지’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그는 “과거에는 더운 여름날 닭고기는 원기를 보충해 주는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며 “개식용을 금지하고 삼계탕까지 못 먹게 하면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먹던 복날 보양식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도 많아지고 인식도 변화하면서 개식용을 금지하는 것에는 찬성한다”면서 “하지만 닭까지 식용을 금지하면 양계장이나 식당, 배달 등 관련 업종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지 않나”고 되물었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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