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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봉선화’ 꽃피우고…‘트로트’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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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현철 별세

경향신문

향년 82세로 별세한 트로트 가수 현철씨의 공연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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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봉선화 연정’으로 오랜 무명생활 청산, 정상급 가수 반열
독보적 음색·특유의 창법, 구수한 사투리와 입담 ‘트레이드 마크’
수많은 히트곡 발표…‘4대 천황’ 불리며 트로트 전성시대 이끌어

‘봉선화 연정’ ‘사랑은 나비인가봐’ 등 히트곡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트로트 전성시대를 이끈 가수 현철씨(본명 강상수)가 별세했다. 향년 82세.

가요계에 따르면 현철씨는 지난 15일 밤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뇌경색과 경추 디스크 수술 후유증으로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42년 경남 김해(현 부산 강서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5년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가수의 길로 뛰어들었다. 1966년 태현철이라는 예명으로 첫 음반을 발표했으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때부터 긴 무명생활이 이어졌다. 1970년대 들어 음악 그룹 ‘현철과 벌떼들’을 결성, 팝송을 리메이크해 불렀지만 이 역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후 솔로로 전향한 그는 1980년대에 접어들며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고생한 아내를 생각하며 부른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비롯해 ‘사랑은 나비인가봐’ ‘들국화 여인’이 연이어 호응을 얻었다. 그의 나이 불혹을 한참 넘긴 때였다.

19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은 그를 정상급 가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고인은 특유의 구성진 창법으로 맛깔나게 소화했고, 그해 최고 히트곡이 됐다. 현철씨는 이 노래로 1989년 KBS <가요대상> 대상을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인 1990년에는 또 다른 히트곡 ‘싫다 싫어’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1989년 가요대상 수상 당시 현철씨의 눈물은 팬들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수상자로 호명된 그는 20년 무명생활의 설움을 떠올리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한 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한 달만 더 사셨으면 좋았을걸. 가요계 생활 20년인데 살아생전 제가 불효해서 아버님께 정말 죄송하다”며 오열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현철씨는 이후 설운도·태진아·송대관씨와 함께 ‘트로트계 4대 천황’이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트로트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독보적인 음색과 특유의 창법, 여유 넘치는 무대 매너, 좌중을 휘어잡는 구수한 사투리와 입담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1998년 발표한 ‘사랑의 이름표’는 “이름표를 붙여 내 가슴에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이 세상 끝까지 나만 사랑한다면 확실하게 붙잡아”와 같은 솔직한 가사와 구성진 리듬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02년 발표곡 ‘아미새’ 역시 독특한 가사로 많은 이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현철씨는 재능 있는 작곡가이기도 했다. 대표곡인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사랑의 이름표’ ‘아미새’ 등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과 2006년 각각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대통령표창)과 옥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현철씨는 70대에 접어든 2010년대에도 ‘아이 러브 유’ ‘당신 없인’ 등 신곡을 냈다. 그러나 2010년대 중후반 건강이 악화되면서 이전만큼 무대에 자주 서지는 못했다. 2020년 KBS <가요무대>에 출연해 대표곡 ‘봉선화 연정’을 부른 것이 대중 앞에 선 마지막 모습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TV조선 <화요일은 밤이 좋아> ‘현철 특집’에서 자신의 히트곡을 부른 후배들에게 손편지를 통해 인사를 남겼다. “잘생기고 예쁘고 정말로 노래 잘하는 아들, 딸 같은 후배들이 저의 가요제에 출연해 한바탕 걸판지게 놀아준다니 너무도 기쁘고 고맙고 가슴이 벅찹니다. 잊혀져가는 현철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아들, 딸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8시20분이며 장지는 분당추모공원 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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