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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6 (월)

월 119만원에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로마진’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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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기관 마진없는 서비스 지속 의문

강남 머물 관리사들 생활비도 문제

사적계약 시범사업도 9월 시행 검토

"사용인·노동자 신원확인 어려워 위험"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E-9 비자) 시범사업의 성공 여부는 수요가 뒷받침되느냐와 ‘제로 마진’의 지속가능 여부에 달릴 전망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서울 강남구에서 체류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주거비와 식비 등 체류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을 가정이 사적(私的)으로 직접 계약하는 시범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사적 계약은 사용인이나 돌봄 노동자에 대한 신원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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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사전조사한 결과 내국인 가사관리사 가운데 시간제로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이 부문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도 종일제(하루 8시간)보다 시간제(4시간 또는 6시간)로 수요가 몰릴 것이란 게 정부 예상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로선 시간제로 일하더라도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선 여러 가정에서 일하는 게 낫다. 정부는 그래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비스 사용자로선 일주일에 하루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관리사 1명당 평균 5개 가정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수요가 충분하더라도 ‘제로 마진’을 언제까지 가져갈 수 있느냐가 문제로 남는다. 정부는 시범사업 동안엔 우선 ‘제로 마진’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으로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인증기관(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 플랫폼) 2곳의 서비스 가격도 동일하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을 하루 4시간씩 주 5일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 119만원만 내면 된다. 내국인 민간 가사관리사(월 152만원)보다 22% 저렴해 현재로선 가격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 인증기관으로선 마진 없이 서비스를 지속하긴 어렵다. 서울 강남구의 원룸 건물에서 거주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 입장에서도 생활비가 빠듯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거주비와 식비는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장기적으론 시장에서 가격이 책정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국내에 체류 중인 내국인 유학생(D-2 비자)과 외국인 노동자의 배우자(F-3)에게도 가사·육아 노동시장을 개방할 예정이다. 오는 9월께 시범사업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가사근로자법을 적용받지 않는 사적 계약 방식이라는 점이다. 최저임금 미만의 비용을 지급해 수요자의 돌봄 비용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노동 사각지대’를 정부가 확대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사적 계약은 그 자체로 위험도가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난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 노동은 사용인과 노동자에 대한 신원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제3자가 반드시 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며 “돌봄 노동시장에서 사인(私人) 간 계약은 그래서 위험하고, 제3자가 개입하는 순간 사적 계약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시범사업을 수행할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은 다음달 6일 입국한다. 입국 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16시간 동안 E-9 외국인 교육을 받은 뒤 전국고용서비스협회에서 144시간 별도 교육을 추가로 받게 된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문화, 한국어는 물론 가사 및 돌봄 실습 등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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