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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8 (수)

“원정성매매로 태어난 아이들 아빠 찾는다”는 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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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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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원정 성매매로 태어난 필리핀 아이들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는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현지 ABC방송이 8일(현지시각)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ABC 탐사 프로그램 ‘포 코너스’는 성매매 관광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부친을 추적하는 내용의 방송을 방영하고 있다. 이 방송분에는 ‘섹스 관광: 우리 아빠의 비밀’(Sex Tourism-My Father’s Secret)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ABC는 “필리핀에서는 성매매가 큰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피임법이 거의 쓰이지 않고 있으며 임신 중절이 불법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외국인 남성들이 현지 성노동자와 관계를 통해 낳은 아이들만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선구적인 프로젝트가 아이들의 DNA 샘플을 이용해, 부친을 추적하고 자녀 부양비를 요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ABC가 영국 클로버 필름과 공동 제작한 것으로, 호주 변호사 앤드류 맥레오드가 이를 이끌고 있다. 맥레오드는 “이는 ‘포식자’(성범죄자)들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아마 (들키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작동방법은 이렇다. 아이들의 DNA 샘플을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조상 찾기’ 사이트에 넣는다. 그 다음 나타나는 가계도를 이용해 ‘생물학적 아버지’로서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추리고, 여러 기록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추적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7세 소년 루이스는 자신의 생부를 찾았다. 생부 A씨는 뉴질랜드의 한 부유한 사업가로 밝혀졌다. 그는 “아버지 없이 산다는 건 슬프다.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예상치 못한 소식에 놀랐다면서도 “내 아들인 게 사실이니 숨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루이스의 학교 생활을 지원하고 있으며, 아들이 뉴질랜드 여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이든(8)의 경우, 호주의 한 형제가 부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형제 두 명이 모두 DNA검사에 응한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지만, 그들은 이를 거부하며 서로를 ‘제이든의 생부’라며 지목하고 있다.

맥레오드는 “추적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자녀 부양 명령과 정체성, 국적에 관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건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라고 했다.

한편 탐사 저널리즘‧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포 코너스는 1961년 8월부터 ABC에서 방영됐다. 역사상 가장 오래 방송된 호주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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