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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9 (목)

'엘리트 탈북 러시' 왜 외교관인가…해외 생활로 '눈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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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용으로 북한 실상 접해…"한국에선 촌놈"

北 코로나19 이후 국경 재개방에 속도…당국 통제 강화

뉴스1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와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2024.6.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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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북한의 엘리트 계층인 외교관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접한 해외파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외화벌이에 몰리고, 봉쇄가 끝난 뒤엔 본국 소환이 재개되면서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해 11월 망명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차 확인됐다.

리 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탈북자 언급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동료들과 탈북 외교관에 대한 얘기를 하지 못하는 대신 검색을 많이 해본다"라며 "단순히 흥미 수준을 넘어 그들의 활동상과 생활 모습을 최대한 상세히 알기 위해 '연구' 수준으로 찾아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북한에 있을 때는 나름 세계를 많이 돌아봐서 눈이 열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보니까 정말 촌놈이더라. 은행, 금융, 교통 규정 아무것도 모르고 자동 시스템도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탈북한 것으로 확인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도 해외에서 인터넷 사용으로 사상적 영향을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KBS 인터뷰에서 "하늘과 같이 믿었던, 저 신과 같은 김씨 일가가 '우리를 이렇게 속여 먹었어' 하는 그 배신감, 이런 것 때문에 막 이렇게 분노가 끓어올랐다"라고 털어놨다.

리 참사의 탈북은 2016년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2019년 조성길 주이탈리아대사관 대사대리, 류현우 주쿠웨이트대사관 대사대리 등에 이어 김정은 총비서 집권 후 공식 확인된 4번째 탈북 외교관 사례다.

공식 확인된 사례 외에도 비공개 탈북 사례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고위급 인사, 엘리트의 탈북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리 참사와 같은 시기인 지난해 11월 프랑스 주재 북한 외교관 일가족도 우리 공관에 망명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입국한 엘리트 탈북민의 수가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1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는 이미 10명 안팎의 엘리트들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해 전체 탈북민의 수는 2017년 6분의 1 수준(196명)으로 줄었지만 엘리트층의 이탈은 많아지고 추세도 상승세에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8월 이후 코로나19로 닫았던 국경 재개방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으로 강화된 당국의 통제로 인해 외교관들의 동요가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외교관 등은 코로나19 기간 이미 한 차례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다. 당시 북한은 국경 봉쇄로 인해 무역 수입이 줄어들었고 귀국길이 막힌 해외 파견자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라고 고강도 압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대북제재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돈벌이 수단 모색에 어려움이 커진다는 점도 탈북에 동기를 부여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최근 중국도 북러관계 밀착을 견제하면서 중국에 있는 북한의 노동자 전원에게 귀국을 종용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리 참사도 인터뷰에서 외교관 수입이 낮아 불법 장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점을 털어놨다. 그는 "북한 내 일부에서는 외무성 사람들을 '넥타이를 맨 꽃제비(거지)'라고 부른다"며 "무역 일꾼이나 특수 기관 일꾼들에 비해 주머니에 돈은 없는데, 대외 활동을 하려면 고급 옷에 넥타이는 필수로 챙겨야 하니 그런 말이 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해외체류로 삶의 질에 대한 '눈높이'는 높아졌으나 당국의 통제와 압박은 강화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특히 어린아이와 가족이 있는 해외 파견자의 경우 심적 동요는 클 수밖에 없다.

영국 주재 북한공사였다 탈북한 태영호 전 국회의원도 자녀의 미래 문제, 포괄적으로는 가족 문제를 탈북의 이유로 든 바 있다.

태 전 의원의 부인 오혜선 씨가 집필한 자서전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에는 "탈북 1년 전인 2015년 외교관의 대학생 자녀를 평양으로 들여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영국에서 9년 가까이 생활해 온 아이들이 북한에서 정상적으로 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기술한 대목이 나온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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