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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8 (수)

부산 ‘구덕운동장 복합개발’ 속도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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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 “공원에 아파트 지으려 한다”며 반대

조선일보

부산 서구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전경. /부산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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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의견청취 절차를 마침에 따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 조성에 속도가 붙게 됐다. 다만 시의회가 “시민 의견에 대한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친 개발계획안을 마련하라”는 등 조건부 추진 의견을 내 사업 계획은 당초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는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구덕운동장 일원 도시재생혁신지구 계획에 대한 의견청취’ 재심의에서 조건부 승인을 함에 따라 다양한 의견수렴 방안을 마련, 이 사업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 조성’은 서구 서대신동 3·4동과 동대신동 3동 등 현 구덕운동장 일대 1만1577㎡ 부지에 1만5000석 규모 축구전용 구장과 문화·생활체육시설, 상업·업무시설, 주상복합시설, 실버복합 문화공간 등으로 이뤄진 ‘스포티플렉스’(Sports+Multiplex)를 건립하고 내부 보행 생활가로를 재정비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중 축구장은 관람석 1만5000석 규모로 현재 1만2349석보다 더 키우고 내부 육상트랙을 없애 축구 관람을 보다 가까이서 박진감있게 즐길 수 있는 전용구장으로 조성된다. 또 시설을 현대식으로 해 K팝 공연·e스포츠 경기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현재는 없지만 새로 들어서는 문화시설엔 북카페·키즈카페·도서관·스터디룸·컬처 라운지 등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설치된다. 지식산업·스포츠융복합 스타트업이나 기업들이 입주하는 업무시설을 둬 산업과도 연계시킨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대형 마트와 850가구의 아파트·70실의 오피스텔 등도 지어진다.

부산시 이오순 체육진흥과장은 “수영장·테니스장·풋살장·실내게이트볼장 등 기존 야외에 있던 체육시설을 모두 실내로 들여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외곽 여유부지를 활용해 조깅트랙·실외 체육공간·휴식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 사업 내용으로 국토부 ‘도시재생 국가시범지구’ 지정 공모에 신청했다. 부산이 공모에 당선될 경우 국비·시비 각 250억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금 등 8000억원가량을 투입,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8년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측은 “아파트 건립은 막대한 투입자금을 다 부담할 수 없는 시의 재정여건과 서구 지역 활성화 필요성 등을 따져보고 결정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때문에 국·시비와 저금리 공공자금 등을 투입한 공공주도형 복합개발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덕운동장은 1928년 9월 부산공설운동장으로 시작, 차차 축구장·야구장·실내체육관·수영장 등을 갖췄고 1985년 사직운동장이 건립되기 전까지 시민종합운동장으로 역할을 했다. 그러다 2017~2018년 재개발사업으로 야구장·실내체육관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테니스장·풋살장·게이트볼장·농구장 등으로 이뤄진 체육공원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1978년 지어진 주경기장(축구장)은 그대로 남아 프로축구 아이파크, 실업축구 부산교통공사의 홈구장으로 사용돼 왔으나 낢고 협소하고 시설 수준이 요즘 트렌드에 뒤떨어져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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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서대신동 구덕운동장 복합개발 시설계획./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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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운동장이 위치한 서구 또한 부산 법조타운이 자리하고 경남중·고, 부산여중·고 등 명문고들이 즐비한 부산의 중심지에서 갈수록 인구가 줄고 지역 경제도 쇠락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서구의 인구는 2003년 14만4305명에서 2023년 10만4089명으로 거의 3분의 1 가량이 줄었고, 합계출산율도 2003년 0.903명에서 2023년 0.57명으로 뚝 떨어졌다.

또 지난 6월 말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전국 시·군·구의 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서구는 소멸위험 진입단계인 0.38로 전국 4번째로 높았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지금 이대로 두면 서구는 소멸해갈 것”이라며 “구덕운동장 복합개발은 이런 몰락, 추락을 막을 수 있는 기폭제”라고 말했다.

공 구청장은 “우선 8000억원이란 엄청난 돈이 풀리고, 완공 후엔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K-팝·E-스포츠 등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축구장, 지식 및 스포츠융복합 기업 센터, 쇼핑몰 등으로 지역에 큰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며 “새로운 구덕운동장은 쪼그라드는 서구가 확장하는 서구로 바뀌는 모멘텀을 줄 앵커시설”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심재민 문화체육국장은 “향후 주민 밀착 설명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주민과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 이 혁신지구의 세부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를 구성, “부산시는 노후화된 구덕운동장 재개발을 명목으로 서구 도심의 유일한 공원에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라”며 “도시재생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이고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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