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8 (수)

'100조 공룡' 탄생에 급한불 꺼···"수율개선·제품 다양화는 숙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베일 벗은 SK 리밸런싱]

<상> 'SK온 구하기' 묘수인가 무리수인가

세전이익 변동폭 66%로 대폭 축소

SK온엔 매출 49조 자회사 붙여

하반기부터 성장궤도 진입 기대

캐즘 지속에 추가투자만 수조원

후발주자로 경쟁력 확보도 시급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태원 SK(034730) 회장은 지난해 말 8년 만에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등판시켰다. 6개월간 사업을 들여다본 그가 내린 진단은 ‘방만한 투자로 인한 재무 리스크’. 그 중심에는 배터리 계열사인 SK온이 있었다. SK그룹은 논의 끝에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SK온을 살리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막대한 투자를 해온 데다 확보해놓은 수주 규모가 수백조 원에 이른다.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인 둔화 시기만 지나면 우뚝 설 수 있다고 봤다.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 합병은 그룹 리밸런싱의 첫 단추가 됐다.

합병으로 자산 규모 100조 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했다. SK온은 자금의 숨통도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차입 부담이 큰 데다 아직 SK온에는 쏟아부어야 할 막대한 자금이 있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온 스스로 재무 악화를 벗어날 정도로 기술적 우위는 물론 매출처 확보가 병행돼야 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17일 SK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은 SK E&S와의 합병 이후 5조 8000억 원으로 이전보다 1조 9000억 원 늘어난다. 변동성은 높지만 확실한 캐시카우인 석유화학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가스 사업이 붙으면서 세전 이익 변동 폭도 215%에서 66%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을 합병하면서 SK온도 5000억 원 규모의 추가 EBITDA를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 E&S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그동안 모회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에 각각 수천억 원 수준의 배당을 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며 “두 회사의 현금이 상당 부분 SK온으로 흘러 들어가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이 보릿고개를 넘기고 나면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내년부터는 현대차·포드 등과 진행 중인 미국 공장들이 상업 가동에 나서면서 투자 부담도 올해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하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합병이 SK온의 근본적인 재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SK온은 누적 적자가 2조 5876억 원에 달한다. 흑자 전환 시기가 늦어지는 가운데 설비투자 부담은 여전하다. 3년간 20조 원가량을 투자했는데, 올해도 7조 5000억 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인 캐즘이 길어지면서 업황 회복 시기도 더 멀어지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국내 배터리 업계에 최악의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내 배터리 3사가 큰 혜택을 받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후발 주자로서 경쟁력이 밀리는 것 또한 문제다. 각형·원통형 상용화에 한창인 경쟁사와 달리 현재 SK온의 포트폴리오에는 납작한 주머니 형태의 ‘파우치형’이 유일하다. 수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SK온의 1분기 적자가 3000억 원에 달하는 데다 SK E&S가 아무리 알짜 기업이라 하더라도 모든 영업이익을 SK온을 위해 쓸 수는 없다”며 “이번 합병으로 SK온이 살아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합병이 알짜 사업의 배를 가르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SK E&S는 도시가스 사업에 더해 그린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과 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솔루션 등 4대 핵심 사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금 창출력이 좋아도 역시 투자할 곳이 많은 상황이라 SK온의 구원투수 역할이 기존 사업 계획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

SK온과 합병하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역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SK엔텀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물류 관리,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사업이 중복되지만 배터리 사업과의 연관성은 희박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합병되는 회사들 모두 차입 부담이 큰 만큼 실질적인 재무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김경택 기자 taek@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