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8.29 (목)

극한 호우 10년새 6배… 우산 써도 다 젖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번엔 수도권이 물난리

조선일보

집 나서는 순간 흠뻑 -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퍼붓는 빗속을 걸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 성북구에는 시간당 최대 84㎜의 비가 내리고, 오전에는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지는 등 폭우가 쏟아졌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7일 오전부터 경기 북부 등 수도권에는 시간당 최고 100㎜ 극한 호우가 내렸다. 200년에 한 번 나올 법한 이런 폭우에 출근길 시민들은 “비가 아니라 물 벼락 수준” “우산이 무용지물”이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경기 구리시 동구릉 인근 북부간선도로에서는 도로 옆 산비탈로 흙탕물이 흘러내려 차들이 물웅덩이를 피해 곡예 운전을 했다. 오전 7시 40분부터는 파주시 문산읍 자유로에서 당동IC로 진입하는 도로, 오전 8시 30분에는 의정부시 동부간선도로, 시내 지하 차도가 통제됐다. 오전 8시 의정부 금오동에서 ‘집에 물이 들어차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들어와 당국이 구조에 나섰다. 양평군 부용리의 한 주택 옹벽이 무너져 주민 3명이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하남시 풍산동에서는 50대 운전자가 차량 안에 갇혔다가 119에 구조됐다.

인명 피해도 나왔다. 이날 오전 6시 16분쯤 충남 논산시 연산면의 한 축사에서 주인 A(5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확보한 방범 카메라 영상에 따르면, 전날 밤 오후 8시 30분쯤 A씨가 축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지붕 일부분이 무너졌다. 경찰은 A씨가 비바람이 치는 상황에서 축사 상태를 살피려다 무너진 지붕 구조물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북 옥천에서는 다리를 건너던 50대 남성이 물에 빠져 실종됐다.

전동차도 한때 운행을 멈췄다. 이날 오전 8시 경원선 의정부역∼덕정역 구간이 멈췄다. 이어 오전 8시 30분부터는 망월사역∼의정부역 구간이 운행을 중단했다. 오전 9시 30분쯤엔 ITX청춘 등 경춘선 열차가 운행을 멈췄다.

16일 오후부터 충남 금산군에선 1100여 가구가 벼락 등으로 인해 정전됐다. 보령시에서도 낙뢰로 전선이 끊어져 1100여 가구가 피해를 봤다. 16일 하루에만 전남 지역 4500번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낙뢰가 9476번 관측됐다.

서울 서대문구에선 홍제천이 범람하면서 주택가 앞 도로와 산책로가 물에 잠겼다. 오전 8시쯤 서울 중구 남산 1호 터널 진입로에 나무가 쓰러져 출근길에 심한 정체를 빚었다. 오전 9시쯤엔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오피스텔 승강기에 빗물이 흘러들어 주민 한 명이 갇히는 일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강동구 등의 중·고등학교 3곳은 17일 오전 긴급 하교 조치를 했다. 오전 9시 42분쯤 종로구 창의문 북악스카이웨이 진입로에도 흙이 쏟아졌다.

이날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은 ‘거북이걸음’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 때문에 경기 의정부시와 서울을 오가는 B(35)씨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동부간선도로가 통제되는 바람에 한참을 도로 위에서 보내야만 했다. B씨는 “보통 출근하는 데 40분이 걸리는데, 오늘은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고 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2014년 6~7월 두 달간 시간당 50㎜ 이상 비는 3번 내렸다. 그런데 올해는 6월부터 이달 17일까지 19번 내렸다. 10년 만에 극한 호우가 6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아직 7월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달 집중호우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극한 호우’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로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는 ‘공기 그릇’ 용량이 커졌기 때문으로 본다. 온난화 여파로 기온이 상승하면 바다와 육지에서 증발되는 수증기 양이 많아진다. 공기 자체의 수분 함량이 높아지는 것이다. 비의 씨앗이 되는 수증기가 늘어나면 비구름도 커져 결국 한 번에 쏟아지는 비의 양이 크게 늘어난다.

[김현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