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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0 (금)

‘임신 36주 낙태’에 도박총책까지…‘반사회적’ 브이로그 영상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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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36주 낙태’로 논란을 빚은 유튜브 브이로그 영상.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사이버래커’라고 불리는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폭로, 협박 등의 행태가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반(反)사회적인 소재의 브이로그 영상들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범한 일상을 촬영해 보여준다는 브이로그의 당초 취지와 달리 임신 36주째에 임신 중지(낙태) 수술을 했다는 경험담을 담은 영상처럼 자극적 유해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시청자들을 유입하고 있다.

9년 동안 도박 사이트의 총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이 남성은 “10년에 가까운 동남아 생활 동안 즐길 만큼 즐기고 누릴 만큼 누렸다”고 으스댔다.

또 다른 영상은 더 노골적이었다. 자신이 만든 불법 도박 사이트를 관리하는 모니터 10여개를 보여주며 초기 자본금과 보안 노하우 등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모든 연예인이 다 잘되는 것이 아니듯 총판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회원들이 끝까지 내 말을 잘 듣고 성장해 하루에 5만원이라도 ‘재테크’처럼 주기적으로 따가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청소년은 일주일 동안 가출하며 경찰에게 쫓기는 모습을 방송했다. 이 영상에는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경찰에 잡혀 파출소로 인계되기까지의 과정이 여과 없이 담겼다.

이 청소년은 ‘청소년 쉼터’는 가족에게 연락이 갈 수 있으니 피하고 가급적 현금만 이용하라는 등 가출 기간 경찰을 피해 숙식을 해결한 자신의 방법을 공유했다.

이런 영상을 본의 아니게 접하는 평범한 시민들은 불편함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 같은 ‘자극적 브이로그’의 범람은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이익을 얻는 데만 매몰된 유튜브 생태계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36주 낙태’ 영상으로 논란을 빚은 유튜버 계정의 구독자는 2만4000명까지 치솟았다.

‘도박 사이트’ 유튜버들의 계정도 평균 수천명이 구독하고 있다. 영상과 댓글들에는 이들이 홍보하는 사이트와 계정주의 텔레그램 주소가 적혀 있어 영상 시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영상의 내용을 보고 회의를 통해 심의한 결과 불법성이 명확하다면 유튜브 측에 삭제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규제당국으로서는 워낙 영상들이 많아 실시간 모니터링과 즉각적 조처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자정 기능이 한계를 보이는 만큼 이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거나 수익을 공개하는 등의 규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브이로그 영상은 수용자가 ‘가공되지 않은 일상’으로 느껴 다른 영상보다 몰입하고 그릇된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며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표현의 자유 논리에만 맡겨 규제 없이 방치하기에는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자극적이고 패륜적인 영상 생산을 방치하는 IT 기업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물릴 필요가 있다”며 “반(反)윤리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의 잔인한 호기심을 어필하는 이용자는 수익을 올릴 수 없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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