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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아리셀 화재 충격 ‘일파만파’ 다시 보는 중대재해법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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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1차전지 공장에 큰불이 치솟았다. 창고에 쌓여 있던 리튬 배터리 중 하나가 과열로 폭발한 게 원인이었다. 1개의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은 곧 옆에 있던 3만5000여개 배터리로 옮겨붙었다. 배터리가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공장 전체가 화마에 휩싸였다. 직원 20여명이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갇혔다. 이들은 모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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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는 ‘중대재해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을 실어줬다. 사진은 불이 다 꺼지고 난 뒤의 공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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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잠시 주춤하던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에 불을 붙였다. 아리셀과 모회사 에스코넥이 안전대책 마련을 소홀히 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다. 경찰은 평소 안전교육이 미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용당국은 아리셀 관계자 3명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해 주장은 힘을 잃었다. 여론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빠른 적용과 확산을 요구하고 있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이를 두고 걱정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경영인이 상당하다. 대기업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했던 법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 때문에 징역을 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사장님’을 엄습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유관 단체가 헌법 소원을 청구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대세를 거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6월 발생한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사고 여파로 여론은 중대재해법의 강화를 원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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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를 비롯한 유관단체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해달라 했으나,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기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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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피하기만 하는 시기는 이미 끝났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는 법을 알아야 할 때라는 것. 중대재해법 준수가 회사 경영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쉽지 않은 일이다. 생업에 종사하느라 일분일초가 아까운 경영인·사장이 다수다. 시간을 쪼개 어려운 법전까지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시간은 없고, 법은 알아야만 하는 이들을 위해 법무법인 율촌과 매경이코노미가 손을 잡았다. 중대재해법의 입법 계기부터, 사례의 쟁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방안, 사고 발생 시 대응 요령까지 한 번에 쉽게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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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어떻게 탄생했나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차이는?

지금까지 안전 관련 규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대재해법 도입 이전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안전법, 형법 등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법은 계속 있었다. 엄밀히 법령이 존재하는데 왜 중대재해법을 새로 만들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중대재해법의 성격과 법이 제정될 당시의 환경을 살펴봐야 한다.

중대재해법 제정 전,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용되는 법은 주로 2가지였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현장의 최고 담당자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사업주로부터 사업장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 대상이다. 형법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사망, 부상, 질병이 발생했을 때 업무상과실치사 조항이 발동된다. 적용 대상자는 사고를 직접적으로 일으킨 사람이다. 두 법안 모두 현장 문제만 집중적으로 규제한다.

중대재해법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현장보다 기업 소유주와 경영자가 얼마나 안전에 신경을 쓰는지 확인하는 법안이다. 중대재해법은 개인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직접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준수했는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만약 경영주가 법이 규정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산업재해를 단순한 현장 문제가 아닌 기업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는 셈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보유한 B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치자. 이때 산업안전보건법은 A기업 사장으로부터 안전의무 권한을 위임받은 B공장장 또는 안전최고책임자(CSO) 등을 처벌한다. 형법은 부주의로 사고를 직접적으로 일으킨 이가 적용 대상이 된다. 반면, 중대재해법은 A기업 사장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A기업 사장이 적절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중대재해법이 등장한 이유는 산업재해 빈발 영향이 컸다. 2019년 산업재해가 지나치게 많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이 강화됐다. 2019년 1월 기준 한국에서는 주요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의 산업재해 사건이 일어났다. 2024년 현재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사망 사고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산업재해로 연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에 시민단체와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장 책임자만 처벌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하다는 주장. 사업장 중심으로만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보건관계법령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전사(全社)적 투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구조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기업 자체와 그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이른바 ‘형벌을 통한 예방 효과’를 얻자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도 이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2021년 1월 26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7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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