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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 (일)

尹, 체코대통령과 회담서 직접 설득… 2차례 특사· ‘맞춤 패키지’ 친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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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수주 뒷얘기

20분 정상회담서 5분간 ‘원전 세일즈’

체코 총리 “韓 조건 모든 기준서 우수”

與 “고사위기 원전 재도약 발판” 평가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까지도 우리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의 경쟁자였던 원전 강국 프랑스가 막강한 상대였고 양측이 막판까지 치열한 총력전을 편 탓이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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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 기업은 다각도의 외교 총력전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쾌거를 이뤘다. 윤 대통령은 정상외교와 비밀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세일즈 외교에 앞장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당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해 신중하고도 적극적인 접근으로 한국의 우수한 원전 기술과 사업대상자로서의 장점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약 20분간의 정상회담 중 5분 정도를 남겨둔 시점에서야 원전 이야기를 꺼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약 50년간 축적해온 원전 기술과 노하우에 관해 언급하며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한 금융기관의 협력도 준비돼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라카 원전 사업의 성과를 강조하며 압도적 경쟁력을 피력하기도 했다. 파벨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I can’t comment now(지금은 대답할 수 없다)”라며 결과를 곧 정해 말씀드리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코 입장에서는 같은 유럽연합(EU) 소속인 프랑스와의 관계, 자국의 이익 등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 차례 특사를 체코에 보내 관련자와 관계기관 등을 설득하는 과정도 거쳤다. 특사로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역할을 했다. 안 장관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에게 윤 대통령의 진심과 체코 산업을 발전시킬 지원 방안 패키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친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과 함께 굳건한 한·미 동맹도 체코가 역외 국가를 대상자로 선정하는 데 부담을 덜어줘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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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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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도부는 윤석열정부의 원전산업 복원 노력을 부각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정부의 망국적 탈원전 정책의 여파로 고사 위기에 놓였던 국내 원전산업이 이번 수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피알라 체코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원전 신규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피알라 총리는 이번 원전 건설이 체코 현대사에서 가장 비싼 계약이라며 “수용 가능한 가격으로 미래 세대에 에너지 안보를 보장할 충분한 전력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월 수주 경쟁에서 조기 탈락한 미국 업체 웨스팅하우스는 이날 결정에 대해 한수원이 자사 원자로 기술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상 수출통제 대상인 자사 기술을 활용했다며 2022년 10월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가 각하되자 항소했다.

박지원·이지안·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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