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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중국 친 바이든, 대만 친 트럼프…반도체주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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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악재’ 만난 반도체



인공지능(AI) 열풍에 자금이 몰리며 뜨거웠던 반도체 시장에 칼바람이 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반도체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년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고,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도 하루 사이 7% 급락했다. 미국 반도체주 급락에 18일 아시아 주식 시장도 일제히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휘청인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무역 제재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지속해서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허용할 경우 미국이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자, 미국이 중국 봉쇄망을 강화하기 위해 네덜란드·일본 등 동맹국에도 제재를 강화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미국이 꺼낼 수 있는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카드로 ‘해외직접생산품규정(FDPR)’을 꼽는다. FDPR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을 사용했다면, 미국 정부가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도 반도체주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의 100%를 가져갔다”며 “대만이 자국 방어를 위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시장에선 트럼프의 발언은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만 TSMC 등에 지급한 반도체 보조금을 문제 삼은 것으로 해석했다. 또 CNBC 방송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중국의 공격이 있으면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에 의문을 던지며 지정학적 긴장감까지 높였다”고 봤다.

트럼프에 이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협공’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을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가 전날보다 6.81% 미끄러진 5408.71로 장을 마감했다. 2020년 3월 18일(-9.8%)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엔비디아가 전날 대비 6.62% 하락했을 뿐 아니라 AMD(-10.21%)와 ASML(-10.98%)은 10% 이상 급락한 영향이다.

1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67%내린 2824.35에 장을 마쳤다. 장중엔 280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3.63%)는 전날 5.36%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삼성전자(0.23%)는 장중 3% 이상 급락했다가 장 마감 직전에 극적으로 상승 전환했다.

코스피뿐이 아니다. 이날 일본 니케이225 지수(-2.36%)와 대만 자취안 지수(-1.56%)는 하락 폭이 더 컸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무역제재 관련 직접적인 압박을 받는 도쿄일렉트론은 직격탄을 맞았다. 18일 도쿄거래소에서 도쿄일렉트론 주가는 전날보다 8.75% 급락한 3만470엔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분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CFRA 리서치의 안젤로 지노 수석 연구원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대중 반도체 수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고관세 부과가 재개될 경우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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