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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 (수)

[사설] 이쯤 되면 분당대회…공멸로 가는 여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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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도 불사, 내전 돼버린 여당 대표 경선





대통령실 ‘한동훈 비토’가 낳은 골육상쟁





용산의 중립과 후보자들 자제만이 살 길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을 지켜보는 요즘 보수 지지층의 심경은 우울하고 짜증 난다. 보자니 조폭 수준 난투극이요, 듣자니 제 얼굴에 침 뱉기식 비방뿐인 역대 최악의 전당대회이기 때문이다. 그제는 ‘공소 취소 청탁’ 논란까지 등장했다. 한동훈 후보가 방송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의) 내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폭로’하면서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공수처법 등 쟁점 법안 처리 때 국회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로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 등 의원들이 대거 기소된 사건이다. 공소 취소는 특단의 사정이 생겼을 때 예외적으로 검사만 할 수 있는 조치다. 나 후보가 법무부 장관에게 이를 요청했다면 부적절한 행동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수 야당 시절 여당의 독주를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란 측면을 무시하고 이 문제를 불쑥 꺼냈다가 당내 비판이 들끓자 “신중하지 못했다”며 물러선 한 후보도 처신이 가벼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자해극’은 이뿐 아니다. 김건희 여사가 총선 전 한 후보에게 보낸 문자엔 “내가 댓글팀을 활용해 한 후보를 비방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대목이 있다. 이로 인해 “김 여사에게 ‘댓글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친윤계는 “한 후보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며 치고 나왔다. 야당이 이를 놓칠 리 없다. “수사를 통해 댓글팀·여론조성팀 실체를 규명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여당 스스로 사법리스크를 만들고 키운 셈이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네거티브로 점철됐다. 초반전엔 ‘배신의 정치’를 놓고 공방을 벌이더니 ‘여사 문자’ 공개 뒤엔 총선 고의 패배설과 색깔론에다 ‘노상 방뇨’ ‘다중인격’ 등 저질 폭로가 난무했다. 급기야 한동훈·원희룡 지지자들이 의자 던지기 직전의 육탄전까지 벌였다. 민주화 이전 정계의 흑역사인 ‘각목 전당 대회’가 부활한 거나 다름없다. 도 넘은 이런 퇴행적 내분의 근본 원인은 전당대회가 “한동훈만은 안된다”는 윤석열 대통령·친윤계와 한 후보 간에 생사를 건 싸움판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여권 전체가 불구대천 원수로 갈라져 극단적 비방과 자해성 폭로를 불사하며 죽기 살기 맞붙는 내전으로 비화한 이유다. “한동훈이 대표 되면 끌어내려 ‘삼일천하’로 만들 것”이란 ‘조기 낙마’ 음모론까지 도는 게 여당 현실이다. 분당돼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무엇보다 전대를 이런 골육상쟁으로 변질시킨 원·한 후보의 책임이 크다. 서로 자숙하고, 즉각 정책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용산도 말로만 ‘중립’이 아니라 내부의 전대 개입 움직임을 단속하고 관련자 징계 등 가시적 조치를 해야 한다. 반년 전 보낸 김 여사 문자가 한 후보를 겨냥해 돌연 공개되고 ‘읽씹’ 논란으로 이어졌는데 용산의 불개입 주장을 누가 곧이듣겠나. 용산은 이런 비판을 반박하고 싶다면 “누가 새 대표가 돼도 진심으로 지지하고 국정 파트너로 대우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이러는 사이 192석 거야는 입법 폭주를 거듭하며 연일 윤 대통령 탄핵 불씨를 부채질하고 있다. 안 그래도 108석 최약체인 여당은 내전에만 몰입하고 있으니 어떻게 대적하며 민생을 살필 수 있겠나. 전당대회는 사흘 뒤면 막을 내린다. 후보들은 남은 기간만이라도 비방 대신 비전으로 경쟁해 불경기와 폭염에 허리가 휜 민심이 희망을 갖게끔 스퍼트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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