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4 (수)

러 법원, '간첩 혐의' 美 WSJ 기자에 징역 16년형(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재판…양국 수감자 교환 가능성 거론

연합뉴스

에반 게르시코비치 WSJ 기자
[타스=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 법원이 19일(현지시간) 간첩 혐의를 받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에반 게르시코비치(32) 기자에게 징역 16년형을 선고했다.

타스, 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의 스베르들롭스크 지방법원은 이날 재판에서 게르시코비치의 간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안드레이 미네예프 판사는 "게르시코비치에게 '엄격한 교도소'에서 징역 16년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엄격한 교도소'는 심각한 범죄의 상습범이나 매우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초범을 수용한다.

유리벽 안에서 판결을 들은 게르시코비치는 질문이 있느냐는 미네예프 판사의 물음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머리를 모두 밀고 수염이 거뭇하게 자란 모습의 게르시코비치는 간혹 미소를 지었지만 무표정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게르시코비치는 앞서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후변론에서 간첩 혐의를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러시아 검찰은 게르시코비치에게 징역 18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게르시코비치의 간첩 혐의를 서류로 확인하고 입증했다면서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AFP 통신 등 외신들은 러시아 법원이 피고인의 99% 이상을 유죄 판결한다는 점으로 미뤄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최고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게르시코비치는 지난해 3월 29일 취재 목적으로 방문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 서방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검찰은 지난달 기소하면서 그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시를 받고 스베르들롭스크에서 군사 장비를 생산·수리하는 군수 업체 우랄바곤자보드의 비밀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게르시코비치는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16개월간 구금됐다가 지난달 26일에야 첫 재판을 받았고 전날 두 번째 심리가 속개됐다. AP 통신은 체포 이후 구금된 기간도 형기에 산입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심에 이어 선고까지 끝날만큼 신속한 재판에 미국과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 가능성의 길이 열렸다는 추측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러시아에서 간첩 재판은 수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미국은 2022년 12월 러시아에 수감 중이던 미국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미국에서 복역하던 러시아 무기 판매상 빅토르 부트를 맞교환한 바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해외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인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해 게르시코비치에게 간첩 혐의를 씌웠다고 주장한다.

올해 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독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암살자 바딤 크라시코프와 미국인의 교환을 추진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러시아에는 미 해병대 출신 기업 보안책임자 폴 휠런도 게르시코비치와 마찬가지로 간첩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수감자 교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간첩 혐의는 매우 민감한 분야라서 비공개 진행을 결정한 것"이라며 "그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양국의 정보 당국이 수감자 교환 문제로 지속해서 연락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뉴저지에 정착한 소련 이민자의 아들로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게르시코비치는 지난 6년간 러시아에서 취재 활동을 했다.

2017년 러시아 독립언론 모스크바 타임스에 입사하면서 모스크바로 이주한 그는 AFP 통신을 거쳐 WSJ로 이직했다.

WSJ은 전날 "477일에 걸친 에반의 부당한 체포는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으며 이제 끝나야 한다. 우리는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다"며 "에반은 기자로서 자기 일을 했을 뿐이고 저널리즘은 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낸 성명에서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그의 석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abb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