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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냉면 값 비싸다고 정부가 개입하나? 서울 집값 상승세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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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경민의 부트캠프]

전세 가격 상승에 이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심상치 않다. 시장의 염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국토부는 “집값 상승은 지엽적이고 추세 상승은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동의할 수 없다.

필자의 연구실 분석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추세 상승이 시작되었다. 아파트 가격의 단기이동평균과 장기이동평균 비교 분석, 매매량·임대량의 거래 비율 변화, 대형 단지별 ‘N’파형 분석 등 다각도로 살펴도 결과는 동일하다. 모두 추세 상승을 가리킨다. 다만, 가격의 급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체 거래량(매매+임대)에서 매매 비율의 시계열 분석을 하면 의미 있는 동향 파악이 가능하다.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매매와 임차 중 선택(Tenure Choice)의 기로에 서는데, 상대적으로 임대차 비용이 낮다면 당연히 월세 혹은 전세를 고른다. 그런데 임대차 가격이 급상승한 경우에는 ‘이 비용에 전세·월세를 살 바에야 괜찮은 주택대출 상품을 끼고 매수를 할까?’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매매 비율의 변화는 시장 상황을 대변해 준다.

추세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면 정책 당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완화 기조였다. 그런데 갑자기 수요를 잡기 위해 LTV, DTI 요건을 강화하고 세제를 강화해야 하나? 다음 두 질문에 답해야 한다. 주택정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자유시장 경제 원칙이 부동산 시장에 적용되고 있는가?

2021년 OECD는 주요 40국의 주택정책을 리뷰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주택정책 목표가 부재한 4국 중 하나이다. 의아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시장에 작은 변화가 생겨도 LTV, DTI를 밥 먹듯이 바꾸고 세제도 정권마다 춤을 추는 나라 아닌가. OECD는 왜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목표가 없다고 보았을까?

필자는 OECD 보고서가 이야기하는 본질에 찬성한다. 좌우를 떠나 한국 정부는 그동안 자유시장 경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주택정책을 펼쳤다. 그것은 주택정책의 목표 부재와 연결된다. 우리는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 안정화를 위해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격이 급락하면 “집값을 떠받쳐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시한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가격은 시장의 자기 조정 기능에 의해 결정되는데, 개인이 소유한 재화 중 가장 비싼 부동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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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점점 커지며 1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 폭은 다소 줄었으나 6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서울의 유명 냉면집에서 냉면 한 그릇은 1만5000원에 이른다. 여름철 대표 음식이던 냉면 가격을 서민들이 부담스러워한다고, 정부가 개입해 냉면 가격 안정화를 외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런데 하물며 냉면보다 수만 배 비싼 주택 가격은?

OECD 국가에서 주택정책의 목표는 집값 안정화가 아니다. ‘적정 주거 환경(Housing Affordability)의 향상’이라야 한다.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는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국민들이 적정 비용을 지불하고 장기적으로 거주(매입 혹은 임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공공 혹은 민간 디벨로퍼가 건설하는 환경을 만드는 나라가 좋은 나라이다. 한국처럼 가격이 높으니 잡아야 하고 낮으니 떠받쳐야 한다는 목표를 가진 OECD 국가는 없다. 자유시장 경제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안정적 주택 공급자 역할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 PF 사태로 민간 디벨로퍼는 수익성을 못 맞추기에 공급자 노릇을 하기 힘들다. 따라서 정부가 토지 공급자 역할을 하고 민간이 주택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제3기 신도시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제2기 신도시가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어떤지를 보면 제3기 신도시의 한계는 명확하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거리가 먼 곳에 개발된 제2기 신도시는 서울 아파트 가격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인근의 구도심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제3기 신도시는 일부를 제외하면 상당히 외곽에 존재한다. 이들은 인근에 있는 기존 신도시들(구도시가 되어버린 신도시)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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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입주를 앞두고 있던 서울 자곡동 보금자리 주택 아파트.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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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디에 지어야 하는가 묻는다면 답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MB 정권의 보금자리주택을 업데이트하면 된다. 환경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독자에게는 미안하나, 서울 아파트 시장을 위기 상황으로 보는 필자는 강남 인근에 ‘그린’ 기능을 상실한 부지가 많다고 본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이 부지들을 개발 가능하도록 토지 정리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 디벨로퍼들이 개발에 나서, 거대한 ‘분양 시장’을 열어야 한다.

즉 구축 아파트 매매 시장에 대한 관심을 새로운 분양 시장으로 돌려야 할 시점이다. 보금자리주택은 인근에 비해 시세가 70% 수준이었다.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개발하는 것이었기에, 토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따라서 분양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공공이 확보하고 일부는 민간이 분양하는 구조를 열었다.

이에 더해 거대한 리츠 상품을 정부가 기획하고 운영해야 한다. 리츠를 통해 해당 부지에서 공급된 물량들을 매입하고 이를 더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공이 보유하고 있는 임대아파트 물량이 지나치게 적다. 이는 앞으로 서민들의 주거 복지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거대한 리츠(민간이 운영하는 공공 지원 리츠)가 지속적으로 아파트 물량을 확보한다면, 부족한 공공 임대아파트 물량을 보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요약하면, 정부는 토지 디벨로퍼의 역할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 민간이 개발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하며, 금융은 거대한 리츠를 조성해 이 개발사업의 금융투자 역할을 집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 재정 투입 없이 적정 주택을 확보하게 되고, 아파트 가격 앙등을 완화시키는 버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도시계획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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