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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비 온다 하면 햇빛, 맑다 하면 폭우”… ‘도깨비 장마’에 기상청도 힘들다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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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기상 관측의 변수를 더 많이 만들어”

경기 수원에 사는 김나리(28)씨는 최근 집 밖에 나설 때마다 항상 우산을 챙긴다. 이달 초 맑은 날씨를 예보한 기상청 발표만 믿고 우산 없이 외출했다가 갑자기 쏟아진 비에 옷이 흠뻑 젖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 뒤로 예보를 거의 보지 않는다”며 “어차피 틀릴 거 차라리 안 보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장원상(32)씨도 “비가 온다고 하면 햇빛이 쨍하고, 날이 맑다 하면 폭우가 쏟아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세계일보

비가 내리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장화를 신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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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마철을 맞아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장마는 좀처럼 종잡을 수 없이 갑자기 강한 비를 쏟아내 ‘도깨비 장마’라고 불리는데, 비 예보가 엇나간 날이 많아지자 시민들의 불만도 커진 것이다.

올해 상반기 평균 ‘강수맞힘률’(POD)는 지난해 대비 소폭 하락했다. 강수맞힘률은 3시간 전 예보를 기준으로 비가 온다는 예보가 맞은 비율이다. 예를 들어 오후 5시 예보에서 ‘오후 8시쯤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한 뒤, 맞히면 강수맞힘률은 상승한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강수맞힘률은 0.63∼0.75다. 1월부터 6월까지 각각 0.66, 0.71, 0.75, 0.74, 0.7, 0.63(잠정) 등이다. 올해 상반기 ‘강수맞힘률’은 평균 0.69로, 지난해 상반기 평균(0.72)보다 0.03 낮다. 비가 온다고 예보했으나, 내리지 않은 경우가 더 잦았던 셈이다.

이렇게 기상 예측이 어려워진 이유로는 기후 변화가 꼽힌다. 지구가 뜨거워지며 해수면 온도가 상승해 집중호우와 기습 폭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과거 유사사례가 없기 때문에 역대 기상 자료와 수치예보모델 등을 모두 담은 ‘슈퍼컴퓨터’로도 예측이 어려워졌다.

공상민 기상청 분석관은 “바다가 온도가 올라가면 더 많은 수증기가 만들어지고, 수증기의 규모가 커지면 언제 어디서 ‘물폭탄’이 떨어질지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기후변화가 기상 관측의 ‘변수’를 더 많이 만들어준 셈인데, 특히 휴가가 몰린 여름철에 변수가 많아져 국민들이 체감하기에 예보가 틀린 날이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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