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7 (토)

전기차 캐즘에 대선 리스크까지…美 배터리 JV 판이 흔들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1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과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 짓는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JV) 건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일차적인 배경이나 전기차 산업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미국 진출 계획의 판 자체를 흔드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진행 중인 3공장 구축이 일시 중단됐다. 얼티엄셀즈 3공장은 총 5개 라인 규모로 구축될 계획인데 현재 2개 라인에만 일부 장비 반입이 이뤄진 상태로 나머지 3개 라인에 대한 일정이 보류된 것이다. 국내 복수 장비사 관계자는 “얼티엄셀즈 3공장 양산 일정이 연기되면서 장비 공급이 보류된 상태”라면서 “일부 장비 설치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추가 작업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각각 구축 중인 배터리 합작공장도 변화 가능성이 관측된다. SK온은 최근 장비 협력사에 현대차 합작공장에 공급될 장비 생산을 일시 보류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비사들은 지난해 말 합작공장에 대한 구매주문(PO)을 받고 공급을 준비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차와 짓는 합작공장 역시 장비 입찰 일정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 통보가 온 것은 아니지만 실무진에서 장비 생산 보류를 요청 받은 상태”라면서 “최종 고객사인 현대차의 의사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으며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공장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SK온과 포드 합작사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SK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GM과 삼성SDI의 배터리 합장공장도 GM의 생산계획 변경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내년 전기차 생산량이 100만대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GM은 내년까지 북미에서 100만대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전략 변경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GM은 삼성SDI와 인디애나주에 연 30기가와트시(GWh) 배터리 공장을 구축해 2026년 가동할 예정이다.

게다가 포드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한다는 당초 계획을 철회하면서 미국에서 배터리 JV를 운영 중인 SK온에 영향권에 들었다. 포드는 온타리오주 공장을 내연기관 픽업트럭 생산기지로 바꾸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앞서 포드는 SK온과 배터리 JV인 블루오벌SK 켄터키 2공장 가동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전기차 수요 성장 정체가 길어지면서 전기차 전환과 배터리 공급 속도를 조절해야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역성장 한 것은 30개월 만에 처음이다. EV볼륨스는 올해 글로벌 EV 판매량을 1650만대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예상치에서 5만2000대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미국 대선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사업 전략에 대한 '원점재검토'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산업에 부정적이다. 재집권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 셀과 모듈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로, 고가인 미국 내 제조비용을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700억원 규모 수혜를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IRA 보조금 없이는 미국에서 배터리나 전기차를 만들 이유가 없다”면서 “현재 특정 업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배터리 합작법인이 속도조절에 나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