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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이스라엘, 후티 쳤다...예멘 첫 직접 타격에 "확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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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예멘을 직접 타격했다. 이에 예멘 후티 반군이 재보복에 나서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북부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후티 반군과의 갈등도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역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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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예멘 호데이다 항구에서 유류 탱크가 불타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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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후티 반군의 근거지인 예멘 북부 항구도시 호데이다의 정유 시설 등을 폭격했다. 후티 반군 측은 최소 3명이 사망하고 87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최근 수개월 간 후티 반군이 수백 차례 이스라엘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며 "호데이다 항구의 군사 목표물을 전투기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공습에는 F-15·F-35 전투기와 정찰기, 공중 급유기 등이 출격했다.

이날 폭격은 19일 후티 측이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이란제 무인기(드론)로 공격해 1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다친 데 대한 보복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 등을 공격해왔지만, 그간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적은 없었다. 이스라엘군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폭격을 결정했으며, 이날 오후 긴급 내각 회의에서 최종 승인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동맹국에도 작전 계획을 미리 공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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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예멘의 수도 사나 외곽이 보이는 산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후티 반군.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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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호데이다 항구를 목표로 삼은 것은, 이곳이 후티가 이란에서 무기를 들여오는 주요 통로라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TV 연설에서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곳"이라며 합법적인 '군사 목표물'임을 강조했다. 또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어디에든 닿을 수 있다는 점을 적들에게 상기시켰다"며 "중동 안정을 위해 하마스와 헤즈볼라, 후티와 같은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즉시 재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21일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의 최남단 항구도시 에일라트를 향해 발사한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애로3 방공망으로 요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후티 측은 "이스라엘 핵심 표적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나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과 '저항의 축'의 갈등이 더욱 격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부 지역에서 헤즈볼라와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히샴 알오메이시 유럽평화연구소 소속 예멘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예멘을 직접 공습했다는 점은 긴장이 상당히 고조된 상태라는 것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의 친이란 세력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여 더 광범위한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후티에 첨단 지대함 미사일 등을 공급할 수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경고마저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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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TV 연설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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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J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불법"



한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9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ICJ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서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지역 합병, 정착촌 건설 정책 등에 대해 점령국의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점령 지역 주둔을 가급적 빨리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적 의견'(advisory opinion)을 발표했다.

이날 ICJ의 발표는 2022년 12월 유엔(UN)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점령과 관련해 ICJ의 자문을 구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이날 발표에 대해 바르센 아가베키안 샤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무장관은 "역사적으로, 법적으로 팔레스타인에 좋은 날"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인은 우리 조상들의 땅에서 점령자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ICJ의 '권고적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 외무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예멘 직접 공습을 규탄했다. 외무부는 "예멘 국민은 무고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도왔다는 이유로 여성과 아이들까지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어린이를 살해하는 이스라엘 정권의 호전적 본성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도 성명에서 "시온주의 정권의 예멘 공습에 대응할 것"이라며 "모든 전선에서 단결된 힘으로 그들에 맞서 기꺼이 싸우겠다"고 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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