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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70년대로 돌아간 줄”…‘IT 대란’에 손글씨 일기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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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일(현지시각) 미국의 방송사 케알시알(KRCR)의 기상캐스터 프레스턴 도니언이 손으로 직접 그린 지도 앞에서 일기 예보를 전달하고 있다. 케알시알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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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제가 방금 그린 지도입니다. 트리니티 카운티는 조금 작게 그려졌고 모독 카운티는 실제보다 더 네모난 모양이 되었군요. 그래도 여러분께 시각적인 것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스 서비스 장애로 인한 ‘아이티(IT) 대란’으로 미국의 한 방송국에서는 손으로 직접 지도를 그린 일기예보가 등장했다고 20일(현지시각)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시엔엔 보도를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 레딩에 있는 시엔엔의 제휴사 케알시알(KRCR)은 19일 이번 사태로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22년 6월부터 케알시알에서 일하고 있는 기상캐스터 프레스턴 도니언이 이날 오전 회사에 출근했을 때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통상 날씨 뉴스를 전할 땐 크로마키(그린 스크린) 배경 앞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지역별 날씨를 전달하는데 이 그래픽을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도니언은 처음에는 아이패드 화면을 띄우거나 그저 숫자를 읽었지만 이내 이 방법들이 매력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도니언은 유성 마커와 펜을 꺼내 캘리포니아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마침 도니언에게는 캘리포니아 지리에 익숙해지기 위해 참고용으로 저장해 둔 지도가 있었다.



한겨레

19일(현지시각) 미국의 방송사 케알시알(KRCR)의 기상캐스터 프레스턴 도니언이 손으로 직접 그린 지도 앞에서 일기 예보를 전달하고 있다. 케알시알 유튜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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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그린 지도 앞에서 방송을 무사히 마친 도니언은 시엔엔에 “컴퓨터 기술 없이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당 방송을 본 한 시청자는 “이 같은 복고풍 접근 방식은 종이 지도와 자석 등을 이용했던 1970년대 일기예보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줬다”고 말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도니언의 ‘손글씨 일기예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도니언은 19일 해당 방송 영상을 엑스에 공유하며 “정전 때문에 정말 엄청난 아침이었다. 아마도 지금껏 가장 대충 만든 예보일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당신은 꽤 훌륭한 예술가다. 앞으로도 가끔씩 써달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 수고했다”, “‘노력’은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잃어버린 재능인데 당신은 그걸 해냈다”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시엔엔의 기상학자인 엘리사 라파는 “이 업계에서 30년 이상 일한 베테랑에게 물어본다면 그린 스크린의 마법이 도입되기 전에는 날씨 뉴스가 이런 식으로 전달됐다는 것을 기꺼이 알려줄 것”이라며 “우리가 얼마나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한편, 케알시알의 시스템은 19일 오전 11시께부터 정상 가동됐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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