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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금)

‘세수 펑크’에 급식비마저…지자체 “종부세 폐지? 파산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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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교 급식.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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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 딸을 키우는 구완회(52)씨는 최근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부쩍 관심이 늘었다. 의정부 학교운영위원회 네트워크 중등대표로도 활동하는 구씨는 “이전까지는 학교운영위원회에 관심이 많았지 재정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 교육경비 보조금이 전년 대비 50% 이상 줄어들면서 재정이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 대표가 특히 걱정하는 건 급식 문제다. 의정부시는 경기도교육청이 정한 2024학년도 급식경비 분담금 149억원을 아직 예산으로 편성하지 않았다. 올해 첫 예산에서는 이 중 75억원을 책정했고, 이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20억원까지 늘렸지만 남은 29억원은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시는 “급식에 차질은 없게 할 것”이라고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크다. 구씨는 “일선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학교라도 급식비 지원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고 했다.



의정부시는 ‘시행령으로 따로 정하지 않은 인건비나 사무관리비 등은 보조금으로 교부할 수 없다’는 지방보조금법 제6조를 근거로 “식품비인 120억원은 낼 수 있지만 운영비와 인건비에 해당하는 29억원은 시에서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시가 악화한 재정 때문에 내놓은 고육지책에 가깝다. 실제 경기도에선 올해 의정부뿐 아니라 고양·부천·수원·시흥·안산·하남 등 7곳이 도교육청이 산정한 급식비 분담금보다 적은 돈을 본예산에 편성했다.



지자체들은 재정난 가중 탓에 불가피했다고 항변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예산을 여유롭게 운영할 형편이 아니라 딱 맞춰서 투입하기 위해 시기를 조절했다”고 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본예산에서 확보하면 좋았겠지만, 다소 어려움이 있어 2회 추경에서 편성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정부시 관계자 역시 “재정이 어렵다 보니 지출을 줄일 방법을 찾다가 나온 방안”이라고 인정했다.



급식만 문제가 아니다. 보육, 노인, 청년, 지역자치 등 여러 분야에서 비슷한 조짐이 보인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고 복지예산 비중이 큰 의정부시 같은 곳은 세수 감소 여파가 더 크다. 지난 10일 경기북부시민자치연구소가 주관한 ‘의정부시 예산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스무살이협동조합 이예진 조합원은 “의정부시가 본예산에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경기도에 사는 24살이면 누구나 받는 청년기본소득을 의정부와 성남(지급 조례 폐지) 청년들만 받지 못했다”고 했다. 최현호 송산1동 주민자치회 지역경제활성화 분과장은 “세수 감소로 교부금이 줄며 주민자치 예산도 반 토막이 났다”고 했다.



한겨레

경실련,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참여연대, 한국노총이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감세 중독에 빠진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상속세·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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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까지 본격적으로 거론되며 지자체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종부세는 부동산 교부세 형태로 지자체에 전액 지급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종부세 세율을 완화하며 부동산 교부세가 40% 가까이 줄어든 지자체가 나오는 등 이미 타격이 큰데, 아예 폐지까지 되면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경기도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급식비도 본예산에 모두 못 넣을 정도로 지자체들이 어려운데 종부세를 없애면 파산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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