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업계 ‘기회의 땅’ 베트남
LH, 4조6000억 규모 사업 수주 유력
현대건설, 첫 TBM 지하철 시공
대우건설은 ‘하노이의 강남’ 조성
16일(현지 시간) 베트남 박닌성 한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동남신도시’ 사업 예정지. 저층 주택가를 둘러싼 녹지가 예정지다. 베트남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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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 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쪽으로 1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박닌성 동남신도시 예정지. 18층짜리 건물 옥상에 오르자 낡은 주택가 너머로 광활한 부지가 펼쳐졌다. 지금은 논밭이지만 2060년이면 4만9000가구가 거주하는 최첨단 신도시로 변모할 예정이다. 동남신도시는 베트남 역대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 사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박닌성 지방정부와 함께 도시개발 계획을 짜고 있어 내년 하반기(7∼12월) 수주가 유력하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국 베트남이 한국 건설사들에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다. 현대건설은 베트남에서 처음 시도되는 일명 ‘두더지 공법’인 터널굴착기(TBM) 공법으로 지하철 터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해외 첫 ‘도시수출’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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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동남신도시의 부지 면적은 850만 ㎡, 판교신도시 크기다. 사업비는 2025년부터 2060년까지 4조6000억 원에 이른다. LH가 수주에 성공하면 LH가 토지를 조성하고 인프라를 닦은 뒤 민간 건설사에 토지를 분양해 개발하는 ‘한국형 신도시’ 방식을 해외에 수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사업 추진에 물꼬를 튼 건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었다.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LH는 박닌성 등 베트남 5개 지방 정부와 ‘도시성장 동반자 프로그램(UGPP)’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남신도시는 UGPP에 따라 추진되는 1호 사업이다.
LH는 박닌성이 베트남 대표 산업도시라는 특성을 살려 판교신도시처럼 직주근접이 가능한 도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동남신도시 예정지는 애플 핵심 협력사 폭스콘, 한화비전 등이 입주한 꾸에보 산업단지와 맞닿아 있다. 8km 거리엔 삼성전자 박닌공장이 있다. LH가 사업권을 확보하면 시공 단계에서 한국 건설사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베트남 정부 관계자들은 ‘LH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며 “10년 전부터 기대하던 ‘도시수출’이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급성장한 베트남은 한국 건설업계에 기회가 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산업화에 맞춰 현재 43%인 도시화율을 2030년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플랜트 위주였던 한국 건설사의 수주 기회가 철도나 도로, 주택 등으로 다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베트남 최초 TBM 공법 시공하는 현대건설
현대건설이 수주한 베트남 하노이 지하철 3호선 터널 공사 현장에 설치된 터널굴착기(TBM) 모습. 굴착기 앞에 달린 ‘커터 헤드’가 회전하면서 땅을 뚫는다. 베트남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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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사들은 베트남 하노이 도시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베트남 지하철 3호선 지하 터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발파하지 않고 TBM 공법을 적용해 지하 터널을 공사하는 최초 사례다. TBM은 원통형 굴착 기계가 회전하면서 암반을 뚫는 방식으로, 발파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적고 안전성도 높은 첨단 공법이다. 2027년 완공이 목표다.
대우건설은 하노이 북부에 조성한 신도시 ‘스타레이크시티’ 사업을 지속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스타레이크시티는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센터, 고층 빌딩과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하노이의 강남으로 불린다. 대우건설이 2006년부터 개발을 주도해 2062년까지 이어진다. 안국진 대우건설 베트남 THT법인장은 “스타레이크시티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2, 3번째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노이=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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